「당신 부인은 안녕하십니까」장관부인 고가 옷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정·관계 등 고위직 「안방마님」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라스포사 등 이 사건에 연루된 고급 의류매장들의 고객명단을 통해,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따라 언론에 보도된 라스포사 페라가모외에도 단골 의류점에 전화를 걸어 입단속을 시키고 검찰이나 보도진이 다녀갔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긴장의 도가 가장 심한 쪽은 이번 사건의 로비무대였던 라스포사 정일순(鄭一順·54·여)사장의 단골들. 전남여고 출신의 정사장은 동향이나 동문, 각종 친목 모임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온 것으로 소문나 있다. 정사장이 학교 동문 유력인사 P씨와 전정권 실세 L씨의 부인 등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과 가까운 고관 부인들이 적잖이 속으로 앓고 있다.
전직 장관 부인 Y씨는 『대개 유명디자이너들은 학연을 통해 먼저 접근해 다른 고객확보에 나선다』면서 『고관부인들은 드러내놓고 고가의류를 구입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한 명이 특정 의류점 단골이면 주변 5~6명도 덩달아 단골고객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이유로 전·현직 합동모임을 가보면 새 옷은 현직, 헌 옷은 전직 부인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게된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사건 주인공들과는 관계 없이 이 업소들의 의류를 구입했던 다른 고관 부인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수사가 확대되면 자신들의 명단이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이다. 실제 K, L 등 고급의류점에는 분위기를 탐색하려는 듯한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고 있다.
한 유명 의류매장의 종업원은 『신분은 밝히지 않고 사장님을 바꿔달라는 전화가 수차례 왔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전화인게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속에서 강남 등지의 고가 의류점에는 단골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유탄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맡겨 놓은 옷조차도 대리인을 통해 찾아가거나 며칠씩 미루는 경우도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의원들끼리 『그쪽(부인)은 별일 없냐』는 말이 인사말이 될 정도다. 한 의원은 『집사람이 정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 뒤에야 마음을 놓게 됐다』고 밝혔고, 다른 의원은 『집사람 옷가격을 일일이 물어보고 나왔다』고 털어놨다. 정·관계인사들이 때아닌 「부인 옷 점검」 몸살을 앓고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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