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북한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은 김영남(金永南·74)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대미외교 책임자, 군부인사 등 실세그룹을 폭넓게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리특사가 만난 북한 인사들은 미사일수출 등 북·미관계 현안 등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페리가 이번 방북에서 어떠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지가 간접적으로 유추되고 있다.시간대별로 이들 인물들을 정리하면 25일 4자회담 북측대표로 잘 알려진 김계관(金桂寬·62)외무성 부상이 페리 특사를 평양공항에서 맞았고, 강석주(姜錫柱·60)외무성 제1부상은 최진수(58) 당부부장, 이찬복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와 함께 페리에게 만찬을 대접했다. 26일 김영남이 페리 특사와 오찬을 함께 한 뒤 회담을 가졌으며 이때 최태복(崔泰福·70)당비서와 북·중 군사외교를 담당하는 이상우(57)소장이 배석했다.
6월 3일 방중하는 김영남은 권력서열 2위로 외교부장을 거친 외교통이며, 94년 6월 김일성(金日成)주석과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간 회담에 배석했던 경력을 지닌 실세다.
군부에서는 이상우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군부의 외화벌이 창구인 군 대외사업총국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군부내 외교담당 총책이다. 무역과 외교를 동시에 꿰고 있는 점에 비춰 그는 미사일 수출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부내 대남전략통인 이찬복중장은 96년 5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억제에서 한반도 전체의 안정자와 균형자 역할로 변화돼야 한다』며 주한미군 위상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페리 특사에게는 평화체제, 주한미군 문제 등을 언급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담당 실세로는 94년 로버트 갈루치 미 핵대사와 함께 북·미기본합의서를 만든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주목된다. 평양 출신인 그는 87년 외교부 부부장에 임명된 이후 북한의 유엔가입 수락연설(91년) 김일성·카터 회담 등 북한외교사의 획을 긋는 사건의 현장을 지켜왔다. 북미관계에 관한 한 그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직보하고 결심을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어서 페리특사와 가장 깊숙한 얘기를 나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쪽에서는 김일성대학과 라이프치히대를 나온 뒤 노동당 외교위원장 과학교육부장 등을 지낸 원로 최태복 보다는 최진수 국제부부부장에게 무게가 실린다. 스위스대사와 프랑스주재 통상대표부 부대표 등을 지낸 뒤 미국과 서방지역을 맡고 있는 최진수는 「당내 강석주」로 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