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년 우순경사건 소재 집단의 폭력 고발 -신승수 감독의 영화는 종잡을 수 없다. 황석영 소설인 「장사의 꿈」(85년)으로 데뷔, 「달빛 사냥꾼」으로 87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받았을 때 그는 사회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우뚝설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선정성 짙은 「성야」(88년) 「빨간 여배우」(89년)로 돌아섰다. 90년에는 현실 세태를 탁월한 구성으로 묘사한 최고작 「수탉」을 내놨다.
그것도 한번 뿐. 이후「아래층여자, 윗층남자」에서 「할렐루야」 「엑스트라」까지. 그의 영화는 유행을 좇으며 때론 싸구려 3류소설같은 냄새를 풍겼다.
그는 변명처럼 『충무로에서 자기색깔을 고집하며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가』라고 했다. 이런 행보 속에서도 그는 시작때 가졌던 두가지를 버리지는 않았다. 바로 현실고발과 미스터리 기법.
「얼굴」은 그가 말하는 「돈」이 없어 5억6,000만원이란 저예산으로 힘들게 만든 영화다. 궁핍이 그의 정신을 날카롭게 한 탓일까. 「얼굴」은 우리사회의 정의와 양심을 짓밟는 집단의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작은 마을의 살인사건을 통해 드러낸다.
여교사 소희(전진아)와 다방의 미스 서(김화성)같은 외지인, 우순경(조재현)으로 대표되는 공권력을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마을 주민인 불량고교생과 깡패 고형석(임하룡), 지방유지로 구성된 이너서클(보이지 않는 집단). 「얼굴」은 그것을 깨부수는 방법은 개인적 테러(우순경의 살인행위)뿐이라고 절규한다.
81년 세상을 놀라게 한 우순경 사건이 모티프. 저예산답게 제한된 무대와 인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소홀히 했고, 느닷없이 끼어드는 선정적인 장면에서 상업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감독을 본다. 29일 개봉. ★★★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5개 만점, ☆은 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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