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부인들의 고급옷 뇌물파동의 진원지가 된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의상실이란 어떤 곳인가. 청담동 압구정동등 주로 강남에 밀집해 있는 고급 의상실은 정·관계와 재계 부인들, 인기 연예인들이 모여드는 고급소비문화와 사교의 중심이다. 정·재계 부인들은 고위직 부인과 관계를 트는 기회를 갖기 위해 같은 의상실을 드나드는 게 습관처럼 돼 있다는 것. 이들은 한 의상실에 몰려다니며 한꺼번에 옷을 10여벌씩 구매하거나 로비용 선물을 주고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디자이너 브랜드 중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곳」으로 꼽히는 곳은 강북의 L부띠끄. 대통령부인 이희호여사도 가끔 이 곳 옷을 사입고 정·재계 자녀들이 예복을 전문으로 맞추는 곳으로 유명하다. 연예인들도 자주 드나든다. 이 곳은 「가격이 센」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장 한벌에 150만~200만원, 예복은 3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강남의 M은 인기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입 원단을 주로 쓰기 때문에 가격은 한벌에 180만~200만원정도다.
그러나 공직자 부인들이 즐겨 찾는 의상실은 조금 다르다. 상류층 부인들은 수입·국산 브랜드를 별로 가리지 않는 반면 공직자 부인들은 국산 브랜드로서 정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선호한다. 너무 유명하고 값비싼 곳보다 한단계 싸고 덜 알려진 디자이너를 찾는다. 옷값 탓도 있지만 남편들이 공직에 몸담고 있는 만큼 소문이 나지 않도록 몸조심하기 때문이다. 앙드레 김처럼 대중에 노출된 경우는 되도록 기피하는 편. 과거엔 K, M등이 인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청담동의 E, 또다른 K등을 즐겨 찾는다는 것. 웨딩드레스·정장 전문의 라스포사도 이런 곳중 하나다.
이런 의상실의 옷 가격은 블라우스등 단품은 30만~50만원, 정장은 한벌 70만~100만원정도. 그러나 웨딩드레스나 예복용 정장으로 맞출 때는 더 비싸다. 또 계절에 따라 밍크등 모피제품을 수입해 곁들여 파는 게 일반적이라 수천만원대 제품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 의상실은 공직자 부인들을 고객으로 잡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핵심 고위층 부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상납 전술」을 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층 부인을 고객으로 확보하면 연을 맺으려는 상류층 부인들이 몰려 매출이 급신장하기 때문이다. 패션계 한 관계자는 『라스포사가 내부를 호화롭게 장식하고 핵심 고위층 부인에게는 무료로 옷을 줘 줄을 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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