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장 객석에 앉아있는 게 어떤 때는 고문같다. 첫째는 지루할 때.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더욱 괴로운 것은 좋은 음악을 열심히 듣는데 남들이 감상 분위기를 망칠 때.연주장 관람예절의 기본은 남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지각하지 말아야 한다. 늦게 오면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입장할 수 없기 때문에 손해이기도 하려니와 먼저 들어와서 연주를 기다리던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길이 막혀서」는 핑계일 뿐이다. 남들은 날아온 게 아니다. 지각 관객이 자기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람에 객석이 어수선해지고 연주 시작이 늦어지는 것을 자주 본다. 연주자가 무대로 걸어나오는데도 자기 자리를 찾아 걸어가서, 그 자리에 마침 남이 앉아있으면 다른 데로 가라고 승강이를 하는 것은, 권리주장이 아니라 음악회 분위기를 망치는 무례다. 늦었다면 일단 출입구에 가까운 빈 자리에 앉아서 쭉 보다가 1·2부 중간 휴식시간에 제자리로 옮기는 게 남을 배려하는 태도다.
「조용히」는 두말할 것도 없다. 연주장에서는 작은 소리도 잘 들린다. 소곤대거나 부스럭거리며 종이를 넘기면 귀에 거슬린다. 독일 피아니스트 폴커 반필트의 97년 내한독주회 때 풍경. 연주를 시작하려고 건반에 손을 올렸다가 도로 내리기를 두 번. 객석이 정돈되지 않아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주를 마친 뒤 그는 「미칠 뻔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휴대폰이나 삐삐, 손목시계 알람을 꺼두는 기본예절도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다.
요새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연주장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 어린이는 오래 얌전히 앉아있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주장은 8세 이하 입장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겠다고 우기는 부모들이 있다. 「우리 애는 음악을 해서 괜찮다. 조용히 있을 거다』라며. 그러나 아이들이 꼭 부모 뜻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남을 위해 자식교육 열의는 잠시 접기를. 예술의전당·국립극장은 어린이가 딸린 관객을 위해 간이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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