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중인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 일행이 평양에서 융숭한 환대를 받고 있고 북한언론이 이를 비교적 상세히 보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페리조정관 일행의 평양행적은 현재 북한언론과 조선중앙TV의 도움으로 비디오화면을 세계에 단독송출중인 AFP통신 등 2가지 채널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페리조정관 일행은 「보안」차원에서 본국에 일절 연락을 삼가고 있다. 18일 방북했던 금창리조사단도 북한체류중 본국과 거의 통신연락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23일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통해 『조선과 미합중국 사이의 관계문제들에 대한 의견교환을 진행하기 위해 클린턴대통령의 특사 윌리엄 페리가 25일부터 28일까지 평양에 온다』고 보도했다. 미국인사의 평양행을 사전에 보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북한은 25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페리일행에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 등을 내보내 영접했다. 이날 저녁에는 강석주(姜錫柱)외무성 제1부상이 예술공연을 곁들인 대규모 환영만찬까지 열었다. 만찬에는 최진수 당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김계관부상, 이찬복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한 정부당국자는 『강석주 제1부상이 주최한 이날 저녁 연회에서 강제1부수상이 환영연설을 하고 페리조정관이 답사를 하는 등 외국원수급에 준하는 각별한 의전행사를 가진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페리조정관일행을 미국정부대표의 공식방문으로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행사」라는 것이다. 94년 제네바핵합의 당시 북측대표를 맡는 등 대미외교의 실무총책인 강석주제1부상의 등장도 미국과의 진지한 대화의사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북한은 26일 낮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환영오찬을 열었다. 김영남은 이 자리에서 페리조정관이 휴대한 클린턴대통령의 친서를 받아 김정일에게 전달했고 이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했다.
게다가 북한은 군부실세인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상과 김영춘(金英春)총참모장 등도 페리조정관의 면담대상에 포함시켰다. 북한측이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를 요구하는 미측의 의도를 알면서도 군부인사를 면담토록 한 점도 예삿일이 아니라는 게 당국자의 분석.
조선중앙TV는 페리일행의 공항도착모습과 환영만찬장면도 25일 저녁 8시뉴스에서 화면과 함께 15초가량 보도했다. 이 보도에는 페리조정관이 『북한 어린이를 위해 약품 4상자를 들고왔다』고 하자 강석주가 『에반스 리비어(미국무부 한국과장)선생을 통해 말씀을 자주 들었다. 이같은 인도주의적 지원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다』고 답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이 역시 이례적인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북한측이 페리조정관에 대해 미합중국대통령의 특사라며 깍듯이 대접하고 있다』며 『페리조정관의 방북결과가 긍정적인 조짐으로 해석할 만 하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윤승용기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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