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배구 실업 3개팀 사이에는 향후 실업배구의 생사를 좌지우지할지도 모르는 종이 한장이 떠돌고 있다. 「선수선발에 대한 3개단 의견서」라는 제목을 달고.의견서가 탄생한 배경은 이렇다. 삼성화재의 자유스카우트 단행에 분기탱천한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LG화재 등 실업 3개팀은 17일 단장과 감독이 함께 모여 회의를 갖고 파국을 해결하기 위한 최종합의를 도출했다.
「삼성은 데려간 선수들을 모두 내놓고 드래프트를 실시해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후 3개팀은 선수를 뽑지도, 배구협회가 주관하는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을 것이다」는게 그 내용이다.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는 원칙론적이고 극단적인 내용이다. 3개팀은 이 내용을 각팀 단장과 감독의 서명을 받아 협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대에서 기안된 이 의견서는 현재 대한항공을 거쳐 다시 현대자동차로 와있다. 일일이 서명을 받자니 모임을 가진지 일주일여가 지났건만 진행은 더디다.
그렇다면 굳이 각팀 단장과 감독의 서명을 받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치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의 발목을 묶자는 얘기다.
3개팀 내부에서도 파국의 해결책은 다르다. 표면상 내는 목소리는 같을지 모르지만 속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그린다. 그러나 의견서는 가장 극단적인 안을 담고있다. 그러다보니 혹 있을지모를「배신자」가 걱정이다. 그래서 일일이 단장과 감독의 서명을 받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모팀 관계자의 솔직한 속내. 『3개팀이 모인 회의석상에선 극단적인 안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서명이라는 밧줄로 서로를 꽁꽁 묶고 이후 행동을 통일한다고 생각하니 앞날이 걱정된다』
과연 동반자살용 밧줄이 될까, 아니면 강력한 행동통일의 징표가 될까. 의견서는 말없이 3개 실업팀을 떠돌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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