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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가깝고도 먼 청정의 섬 '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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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가깝고도 먼 청정의 섬 '백령도'

입력
199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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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맑다. 높고 푸른 하늘과 유리처럼 투명한 바다, 구김살을 찾아볼 수 없는 주민들의 밝은 얼굴…. 「청정(淸淨)」이란 말은 바로 이 곳에서 나왔음직하다.서해 최북단섬 백령도(白翎島)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섬이다. 군사요충지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이 섬의 미색을 뽐낼 기회를 방해했다.

그러나 수십년간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베테랑 여행가들도 백령도 앞에선 주저없이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면적 45.84㎢로 서울 여의도의 다섯배가 조금 넘는 이 섬의 해안선은 온갖 절경과 기이한 풍광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제1경은 북서쪽의 두무진(頭武津). 용맹스런 장수들이 진중회의라도 하듯 거대한 바위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있는 곳이다. 제2의 해금강 또는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린다. 촛대바위, 선대바위, 병풍바위등 유명무명의 바위군이 수백m 펼쳐져 있다.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1인당 5,000원)을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는 약 50분간의 짧은 여정이지만 이 시간동안 모두 말을 잊는다. 물 속도 장관이다.

서너길은 됨직한 깊이인데도 말미잘, 성게, 물고기들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운이 좋으면 너럭바위에서 햇볕을 쬐는 물표범도 볼 수 있다.

선착장 좌판에서 파는 살아있는 성게(한마리 1,000원)는 두무진이 아니면 보기 힘든 명물이다. 반으로 쪼갠 뒤 찻숫가락으로 떠먹는데 싱싱하고 고소한 맛이 오랫동안 입 속에 맴돈다. 함께 마신 소주보다 향기가 더 진하다.

두번째로 꼭 들려야 할 곳은 콩돌해안. 파도에 씻긴 오색의 콩자갈이 수㎞의 해안을 덮고 있는 곳이다. 공장에서 만들어낸 듯 자갈의 크기가 거의 일정하다는데 우선 감탄한다.

자갈을 한움큼 쥐고 달려드는 파도를 향해 던져보자. 「천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갈이 물에 빠지는 소리는 지상의 음운기호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만큼 신비롭다.

사곶해안을 빼놓을 수 없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이 단단하다. 모래가 아닌 미세한 규조토인데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이다. 여름에 해수욕장으로도 사용되는 이 곳에서는 저녁 때면 주민들이 그물을 당겨 고기를 잡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백령도는 「심청전」의 고향이다. 곳곳에서 「심청전」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이 섬은 황해도 장연과 10㎞, 장산곶과 15㎞ 떨어져 있는데 그 사이에 심청이 공양미 300석에 팔려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의 거친 물살이 흐른다. 남쪽 바다에 지름80m의 작은 섬 연봉바위가 있다.

용궁에서 연꽃을 타고 올라온 심청이 이바위에 걸렸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인당수와 장산곶이 내려다 보이는 진촌리 북쪽 산에 2층짜리 심청기념각을 지어놓았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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