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치러진 안양과 구로을 재·보궐선거에서 국민회의가 자당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소한 5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는 보도는 많은 사람들을 아연케 한다. 일부 언론은 국민회의가 각종 특별위원회와 불법 사랑방 좌담회등을 통해 다단계 매표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국민회의는 이런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민·형사소송등 법적대응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앞으로 사실여부가 밝혀지겠지만 개혁을 금과옥조로 하는 국민의 정부에서 이런 금권선거시비가 제기됐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역대 우리선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주로 집권당에 의한 관권·금권선거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무슨수를 쓰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당선지상주의 속에 여야 모두 위법·탈법행위를 주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선거를 과열시키고 혼탁케 하는 주범은 바로 집권당의 자금력이었다.
이번에 말썽이 된 안양과 구로을의 재·보선뿐 아니라 이에 앞서 실시된 광명을이나 해운대·기장을 보궐선거 역시 집권당이 엄청난 자금을 뿌려 금권선거로 몰아갔다는 비난이 그치지 않았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간에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상의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고 치른 선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중앙선관위가 고시한 선거비용 제한액은 구로을의 경우 7,100만원, 안양시장선거는 1억7,300만원이다.
그러나 여야후보 어느누구도 제한액 범위내에서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는 게 선거를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 지역에서는 「1만원짜리 정도는 개도 안 문다」는 우스개 얘기가 나돌았을 정도로 엄청난 돈이 뿌려졌다는 것이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의원들이 동책을 맡고 중앙당이 실무를 총괄하는 상황에서 선거가 공명하게 치러지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잘못된 믿음이었다. 중앙선관위는 특히 안양시장 재선거와 구로을 보궐선거에서의 「특위」 구성이 불법이라는 결론아래 검찰에 수사를 의뢰,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선거를 열번 백번 다시하는 한이 있더라도 부정과 타락을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없이는 선거부정을 근절하기 어렵다. 만일 국민회의가 엄청난 돈을 퍼부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표를 모아준 국민에 대한 용서받을 수 없는 배신행위다.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선거부정을 발본색원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백마디의 약속보다 한마디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 말썽이 된 안양과 구로을 재·보선결과 처리가 정부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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