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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해] 제멋대로 '거리가구' 도시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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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해] 제멋대로 '거리가구' 도시 망친다

입력
199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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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문화의 해 캠페인 '함께하는 주거환경 아름다운 우리마을' -집에 가구가 있듯 거리에도 가구가 있다. 집 안의 가구를 어떻게 배치하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바뀌듯 도시 공간도 소품들에 의해 아주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이른바 「거리가구(Street Furniture)」. 도시의 얼굴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도시가 아닙니다. 왠지 들떠 있는 분위기 아닙니까. 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선 안될 것 같은 분위기, 술 한잔 걸치고 귀가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 모두 다 거리가구가 엉망인 까닭입니다』

환경디자인 전문가인 고필종 수원대 미술대 교수의 말. 거리가구는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아니다. 그래서 문화의 거리 인사동에 청동 홍등을 본딴 조잡한 가로등이 설치되고 알록달록한 보도블럭이 눈을 어지럽힌다. 선진 외국의 도시처럼 테마가 있는 거리? 우리에겐 사치스러운가?

신호등, 보도, 벤치, 쉼터, 가로수, 가로등, 쓰레기통, 공중전화 부스, 거리안내판, 광고판, 공중화장실, 버스정류장 등 세부적이고 꼼꼼한 배치를 고려해야 할 거리가구는 수도 없이 많다.

먼저 쓰레기통을 보자. 고교수는 『놓여있어야 할 곳에 놓여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도에 아무렇게 설치한 휴지통은 자칫하면 도시의 오물덩어리로 변신할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지자체는 사람들이 휴지를 집으로 가져가도록 간선도로변의 휴지통을 없애 좋은 효과를 보았다. 상가나 휴식공간, 주차장, 버스정류장 등 보행자의 움직임이 비교적 느린 지역이 쓰레기통 설치에 적합한 장소이다.

나무를 감각있게 배치하면 도시의 오아시스 공간이 될 수 있다. 녹색은 상가 쇼윈도우나 사람들의 현란한 옷 색깔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준다. 꽃나무보다 잎이 무성한 수목이 좋다. 또 햇빛이 잘 비치는 아름다운 건물 주변에는 군데군데 의자를 설치, 휴식공간을 마련해 보자.

판판한 바닥의 보행자 전용도로, 전면을 유리로 바꾼 공중전화 부스나 엘리베이터, 운전석 눈높이에 맞춘 신호등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거리가구들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거리가구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도시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시공과 설치, 관리가 제대로 돼야 한다는 것이다.1005년 런던시는 「스트리트 퍼니처와 신호대 개선」을 미래도시 계획의 최우선 과제로 발표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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