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거인」인때도 있었다. 후덕한 인정으로 상대팀의 승률만 올려주고서「허허」웃음짓는, 독한 모습이라고는 눈을 씻고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거인은 그래서 2년내내 꼴찌였다.그 마음씨 좋던 롯데 자이언츠가 올시즌 들어 독하게 마음을 고쳐 먹었다. 털썩 털썩 잘도 무릎을 꿇어대던 예년의 모습이 아니다. 시즌 개막부터 잡아챈 선두를 꽉 움켜쥔채 도대체 놓아주지를 않는다.
25일 현재 25승3무14패의 성적으로 당당한 드림리그 1위. 양대리그를 통틀어서도 승률(0.641)면에서 최고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승률을 받치는 두 기둥, 팀 방어율(3.90)과 팀 타율(0.301) 모두가 8개구단 최고라는 사실이다. 어느 한쪽의 불균형적 성장이 아니라 투·타가 조화된 옹골찬 실력이란 얘기다.
그래서 구도 부산·마산의 팬들은 홈경기 일정을 채 3분의1도 채우지 않았는데 벌써 33만명이 구장을 찾는 열성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변화에 어리둥절해하는 팬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도대체 롯데가 이렇게 잘 나가는 이유가 뭐요』 그리고 질문 끝에는 『시즌 중반이 지나면 또 옛날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오』라는 우려가 함께한다.
거인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따지고보면 플러스전력은 타선에서의 호세와 박현승 정도다. 마운드에서도 신인들이 수혈됐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전력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올 시즌 롯데 라인업의 면면은 분명 지난해와 다르다. 도대체 맥없던 거인을 분기탱천시킨 뒷배경은 뭘까.
돌풍의 선봉장 김명성감독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선수들의 벼랑끝 의식을 꼽았다. 멘탈스포츠 야구에서 이를 악물고 타석이나 마운드에 서느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날수 밖에 없다. 이는 마행영을 더이상 공갈포가 아니게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정태 등 고참들의 솔선수범이 팀 분위기를 이끈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김감독은 여기에 개개인의 약점보완에 주력한 겨우내 훈련의 성과를 또하나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수 로테이션등에서 무리하지 않는 김감독의 야구철학이 부상없는 전력으로 선두를 질주하는 비결로 꼽기도 한다.
거인은 어디까지 갈까. 김감독은 리그 2위 이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을 올시즌 목표로 잡고있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6월말 투수 박지철이 부상에서 돌아오는데다 부상없는 전력이 가능쪽으로 저울추를 기울게 한다.
그러나 부정쪽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롯데와 같은 리그에 둥지를 틀고 있는 팀은 현대와 두산 해태. 어느 한팀 만만하지가 않다. 부상등으로 현재 팀전력을 100%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와 두산이 베스트전력을 회복하는 순간 롯데의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롯데 마운드의 마무리 불안도 변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한점차 승부를 믿고 맡길 수있는 믿음직한 마무리 부재는 롯데가 「계속 잘 나갈수 있느냐」의 변수임에 분명하다.
/이동훈기자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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