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 음악.대본의 힘에 못미친 아쉬운 '심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 음악.대본의 힘에 못미친 아쉬운 '심청'

입력
1999.05.26 00:00
0 0

 - 오페라 '심청' / 사랑의 묘약 -윤이상의 「심청」과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이 6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올해 오페라 페스티벌 봄시즌 4편 중 백병동의 「사랑의 빛」은 23일로 4회 공연을 마쳐, 이제 남은 것은 앞의 두 편과 27~30일 토월극장에 올라갈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 (문의 02_580_1300)

「심청」은 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 개막작품으로 선보인 지 27년 만의 국내 초연이라는 점에서 음악계에서는 역사적 공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2일 우리 앞에 처음 등장한 「심청」은 신비스런 긴장감으로 가득찬 윤이상 음악의 장대한 음향과, 한국 전통설화를 보편성을 띤 철학적 드라마로 재해석한 대본의 힘이 극장을 점령했다.

그러나 문호근의 연출은 이 작품의 장대한 구도와 철학적 깊이를 살리는 데 힘이 부족한 듯 느껴졌다. 그는 난해한 음악에 관객이 질리지 않도록 극적 재미를 전달하려 애썼지만 무대 운영 방식은 대체로 평면적이었다.

간결하고 추상적인 무대로 상징성을 높이려 했지만 여전히 사실적 묘사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어정쩡한 타협이 됐다. 하늘나라와 용궁, 인간세계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 작품의 환상적 요소는 무대에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 작품에서 관현악과 합창은 매우 중요하다. 관현악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합창은 극의 전개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승한이 지휘한 코리안심포니는 난해한 음악을 최선을 다해 소화했다. 벅찬 작업을 맡아 연습 중 과로로 쓰러지기까지 했던 최승한은 음악의 큰 틀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이끄는 장악력을 보여줬다. 거기 비해 합창은 덜 다듬어졌다.

가수들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작품에서 심청은 고음역에서 극세밀화를 그리듯 복잡하고 미세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고공 줄타기처럼 아득하고 아슬아슬한 심청의 노래가 설득력있게 들린 것은 소프라노 박미자의 뛰어난 기량 덕분이다.

심봉사 역 바리톤 김동섭의 탄탄한 연기와 발성은 극의 안정감과 감동을 높였다. 뺑덕어미 김아경도 개성있는 연기로 극의 사실감을 살렸다.

「심청」이 비교적 낯선 현대오페라인 데 비해 「사랑의 묘약」은 전통적인 이탈리아 오페라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무대, 젊은 가수들의 생기발랄한 연기와 노래가 사랑스럽고 명랑한 이 오페라에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첫날인 23일 공연은 주요 배역 5명이 고루 호연한 가운데 특히 김은실(25·아디나), 김신욱(30·네모리노), 공병우(25·벨코레)의 활약이 돋보였다. 재미동포로 이 작품이 한국데뷔인 테너 김신욱의 부드럽고 탄력있는 미성, 바리톤 공병우의 자연스런 발성과 매끄러운 표현력은 미래가 그들의 것임을 예고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