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고공습을 계기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는 3달째로 접어든 코소보 사태가 평화적 협상이나 지상군 투입 전망 모두가 불투명한 채 지리멸렬하는 것도 나토를 총지휘하고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 혼선과 관련지어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이와관련 브루킹스 연구소 대외정책 연구소장 리처드 하스는 『클린턴 안보팀에는 전략가가 한 사람도 없다』고 비난한다. 미국의 외교가 순조로울 때 대통령과 국무장관 중 한쪽이 정책을 직접 챙겼던 과거의 경험을 상기해 볼 때 지금의 클린턴 행정부는 전혀 딴판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 최고 입안자는 바로 국제감각이 부족하기로 소문난 변호사 출신의 샌디 버거 안보담당 보좌관이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매주 코소보 사태를 논의하는 「국가안보회의(일명 ABC클럽·올브라이트(Albright) 국무장관의 A, 버거(Berger) 보좌관의 B, 코헨(Cohen)국방장관의 C)」도 그가 주재하고 있다.
미국은 공습 초기부터 온전한 대외정책기조를 견지하지 못하고 국내정치의 역학관계에 좌우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지상군을 배제한 채 공습만으로 성공을 장담한 것과 관련, 공개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갈등 및 나토내부의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요인은 국내 문제였다는 것이다.
지상군 투입으로 미군 희생자라도 나온다면 의회와 여론이 단번에 소용돌이 칠 것이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앨 고어 부통령에게 악재가 될 것을 가장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베오그라드 주재 대사관 오폭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 역시 대응방식은 낙제점이었다는 평가다. 클린턴 대통령이 공개 사과를 하면서 나름의 노력은 기울였지만 당시 미국의 관심은 연일 언론이 제공하는 핵기술의 중국 유출이나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대선자금에 쏠려 있었다.
미국의 거부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저지된 중국의 분노를 고려하는 적극적 외교대응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의 스파이 행위나 대선자금 스캔들로 공화당에게 공격을 당하는 처지의 클린턴 행정부는 대중(對中)외교에 관한한 근본적으로 국내정치에 발목잡혀 있는 꼴이라고 잡지는 주장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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