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산에서 한 중학교 체육교사가 교내 농구대에 목을 매 자살했다. 그는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동료들은 그가 97년 객지인 부산으로 전출돼 혼자 살아왔고, 지난해 동료 여교사와 재혼했으나 아내의 전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소 의기소침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전교조 활동에 열성적이었고 교직생활도 정상적이어서 자살의 낌새를 채지 못했다고 한다.
대통령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그는 정부가 나이 든 교사 1명을 내보내면 2,3명의 젊은 교사를 채용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로 교사 정년을 단축했으나 교원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정부와 언론이 교사를 무능하고 비리에 젖은 인물군으로 몰아붙이는 풍토를 개탄하면서 교사의 근무여건과 처우에 『분통이 터진다』고 불평했다. 봉급동결, 상여금 반납, 체력단련비 삭감 등으로 처우는 뒷걸음쳤고 반대로 수업부담은 늘었는데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강도 높은 항변이다.
물론 그의 자살 원인이 이런 불만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불만이 있다고 누구나 자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교조가 체력단련비와 학교운영비 원상회복, 성과급제 전면중단 등을 요구하며 전국 교사를 상대로 서명운동을 시작한 시점이어서 동료 교원들은 그의 유서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IMF 관리체제 이후 긴축재정 여파로 교원들의 처우는 크게 나빠졌다. 30년 근속 일반 공직자들이 4,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데 비해 같은 연한의 평교사들은 3,300만원 정도라고 한다.
교사들의 불평은 나빠진 처우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삭감된 체력단련비 예산의 10%를 극히 일부교사들에게 성과급이란 이름으로 지급함으로써 경쟁을 부추기고, 학교운영비를 50%나 삭감해 교육활동에 필요한 물품구입과 특별활동 지원이 끊겨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위에서는 개혁만 외치는데 대한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전교조의 여론조사 결과 근무환경, 임금수준, 사회적 지위에 관한 만족도는 10% 전후였다. 전례가 없던 교육부장관 퇴진촉구 서명운동에 전체 교직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한 배경에 교직사회의 이런 회의와 냉소가 깔려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교사 자살 소식이 전해지던 날 교육부장관이 바뀌었다. 교직자들은 김덕중장관이 대학교육과 경영에 탁월한 식견과 역량을 가진 전문가이고 개혁성향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점을 높이 사면서도 보통교육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해 한다.
대학교육도 중요하지만 폭발직전인 초·중등 교원들의 불만을 다독이고 학교운영을 바로잡는 일이 화급한 현안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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