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곁을 떠난다. 동교동 입문 16년. 박장관이 걸어온 길은 DJ 정치가문(家門)에서도 드문 성공담이다.83년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박장관은 동교동 가신그룹에서도 이방인이었고, 언론 대책도 낯설은 분야였다. 하지만 새벽마다 김대통령을 찾아가고, 언론인과 주야로 고락을 같이 하는 동안 어느덧 「명대변인」 「DJ의 입」이라는 호칭이 박장관을 따라다니게 됐다.
그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박장관은 발로 뛰어 수집한 정보력, 타고난 친화력으로 무장한 DJ의 정치참모였다. 청와대 입성후에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실세」였고, 김대통령을 보호하는 방패역을 자임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그가 임명 통보를 받고 『배려는 감사하지만 능력이 모자라고 후임도 문제』라고 머뭇거리자 『그래도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문화관광정책을 중시하는 김대통령이 박장관을 임명한 데는 오랜 봉사에 대한 보상이라는 차원을 넘는 뜻이 있다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박장관도 각료로서의 포부가 적지 않다. 박장관은 예술, 종교, 체육, 관광진흥 과 함께 언론의 개혁을 소임으로 꼽았다. 언론인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언론계를 잘아는 인사로 꼽히는 박장관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24일 개각 발표후 『대통령이 오늘도 몇번이나 전화를 주셨다. 특별한 격려말씀도 계셨다. 이희호(李姬鎬)여사도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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