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햄버거가게에서 감자튀김을 사려다 그만두었다. 유리창 너머 먹는 모습들이 맛있어는 보이는데 『유전자변형을 거친 미국감자로 만들었을지 몰라』 생각하니 식욕이 달아났다. 우리 주위에도 어느 새 유전자변형식품이 늘고 있다.영국에서는 지금 유전자변형식품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해 푸스타이박사가 유전자변형을 한 감자로 쥐를 키운 결과 장기 손상, 면역기능 저하와 뇌의 현저한 축소가 확인됐다는 충격적 사실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다. 9개월여만인 18일 보수적 과학자단체 왕립소사이어티(www.royalsoc.ac.uk)는 실험결과를 비난섞어 부정했다. 같은 날 푸스타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위험가능성을 더 진지하게 과학적으로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일부 유럽 과학자들도 동조했다. 영국정부는 21일 유전자변형식품은 안전하다고 못박았다. 누가 옳은 것일까. 영국국민의 77%가 공개적 논의를 원하고 있다는 보도다.
반면 거대 생명공학식품회사 몬산토(www.monsanto.co.uk)를 거느린 미국은 콩의 3분의 1, 옥수수의 4분의 1 이상을 유전자변형 씨앗으로 기르고 상당량을 수출 중이어서인지 잠잠하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등이 이런 식품의 유통을 반대하고 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는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갖게 하기 위해 7월부터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하도록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언론과 과학자들의 자세한 해설도 없는데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 도리가 있는가. 일부 언론은 혼란을 확대시키기까지 한다. 「농산물도 맞춤생산시대」라느니 「퓨전농산물」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쓴다. 실상 유전자변형은 「유전자조작」과 동의어다. 일정한 유기체로부터 유전자를 추출, 씨앗에 넣어 기른 것이 유전자변형식품이다. 그것이
「맞춤생산」으로 표현될 성질일까. 강남에서 유행 중인「퓨전요리」는 동서양식 요리법을 섞어 만드는 요리이다. 「퓨전」을 「유전자변형식품」과 합성한 신조어를 쓰는 것은 지나치다.
몬산토는 유전자변형식품의 이점을 강조한다. 식량증산, 고품질화의 열쇠라는 것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www.greenpeace.org.uk), 「몬산토」를 비꼬아 이름을 지은 「논산토」(www.visitweb.com/nonsanto), 토양연구단체 땅연합회(www.earthfoods.co.uk), 과학자들 네트워크는 예측불가능한 잠재위험론을 들고 나온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할까. 정부 과학자 언론 시민단체가 모든 견해를 소개하며 진지한 논의를 해야만 비로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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