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를 관통하는 유일한 법칙은 「이변」이다. 이번에도 평론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장편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대상)은 벨기에 영화 「로제타」에 돌아갔다. 굳이 해설을 붙인다면 송일곤의 「소풍」도 그렇듯, 올해 칸영화제는 경제적으로 빈궁한 현실을 담은 작품에 손을 들어주었다.78년부터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들어 온 벨기에 형제 감독 뤽&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의 처녀 출품작 「로제타」는 식품 공장에 다니다 실직한 10대 소녀 로제타의 이야기. 구직과 실직에 지친 로제타는 존재 자체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무엇인가」를 통해 자기 자신의 존재방식을 투영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자, 「문제는 다시 밥」이라는 사회과학적 시각이 투영돼 있다.
형제 감독은 76년 감독주간에 「약속」을 선보인 바 있지만 사실 이번 영화제에는 「지명도 하위권」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알렉산드로 소쿠로프의 「몰로흐」,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것」, 아톰 에고이언의 「펠리시아의 여행」 등이 유명감독들의 「프리미엄」을 업었기 때문이다.
여우주연상이 배우 경력이 없는 아마추어에 돌아간 것도 이변. 「로제타」캐스팅 당시 실제 실직한 10대 소녀였던 에밀리 드켄(여우주연상 공동수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브루노 뒤몽(프랑스) 감독의 「휴머니티」의 남녀주인공 엠마뉴엘 쇼테(남우주연상)와 세브린 카닐(여우주연상 공동수상) 등 모두가 연기경력이 없는 아마추어. 최우수 감독상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 심사위원상은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포르투칼)의 「편지」가 받았다. 신인감독에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은 「무라나 심하사남」의 인도 무랄리 나이르 감독이,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은 캐나다의 웬디 틸비와 아만다 포비스의 「날이 밝을 때」가 수상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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