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에 발탁된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후임에 누가 임명될 것인가는 검찰 인사 개혁의 폭을 어느 선까지 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즉 부분 물갈이냐, 대폭적인 쇄신이냐는 선택만 남았을 뿐 이번 검찰총장 인선을 통해 검찰 개혁의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번 검찰총장은 집권 중반기로 접어든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제2기사정을 주도할 사령탑이면서 현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첫 검찰총장이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어 김대통령의 의중이 깊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검찰내에선 사시 5회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 사시 6회 김상수(金相洙)서울고검장, 최환(崔桓)부산고검장, 송정호(宋正鎬)법무연수원장, 사시 7회 김진세(金鎭世)대전고검장, 원정일(元正一)광주고검장, 사시 8회 최경원(崔慶元)법무부차관, 박순용(朴舜用)대구고검장 등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하지만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청와대와의 교감, 검찰 조직 장악력 등 변수를 종합할 때 김진세·박순용 고검장의 양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대검차장의 경우 검사파동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통솔력과 조직장악력, 김장관과의 호흡 등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검찰의 최상서열이어서 대폭적인 물갈이가 어렵다는 논리에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검찰 개혁의 요인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박대구고검장. 사시 8회인 그가 발탁될 경우 선배기수 3기를 뛰어넘게 돼 비록 인위적이긴 하지만 검찰 면모를 쇄신할 수 있을 만큼의 대폭적인 자리바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요직을 두루 거친데서 오는 탁월한 업무감각과 원만한 성품 등으로 검찰조직을 무리없이 이끌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검찰을 잘 아는 김총장이 장관으로 임명된 데서 총장 기수의 하향화로 인한 조직의 동요를 막아내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의미를 간파하면 박고검장 인선 카드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가 총장에 임명되면 사시 5~7회까지의 고검장 6명과 사시 8회 8명중 상당수의 퇴진이 예상돼 고검장·검사장급 10여명이 물러나는데 따른 검찰조직의 안정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 이 점에서 급격한 변화를 중화하면서 개혁성도 가미할 수 있는 인물로 부각되는 인물이 김고검장. 그의 임명으로 사시 5, 6회 고검장 4명이 퇴임하면 모두 5자리(검찰총장포함)의 승진요인이 생겨 검찰 인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검찰총장이 결정되면 김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6월1일 직후 고위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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