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개를 좀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올 시즌 최고 연봉자(1억5,400만원) 정명원(33·현대)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장 비싼 몸값의 주인공이자 팀의 맏형 투수이면서도 제 몫을 하지 못해 후배들 보기가 민망스러웠다는 그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까닭이다.
정명원은 지난해 정규시즌서 방어율 1위(1.88)에 다승 5위(14승8패)를 차지한데 이어 현대를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끌어올린 주역. 하지만 올 시즌, 그는 팀 관계자들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할 만큼 풀리지 않았다. 8차례 선발로 등판했지만 단 1승도 올리지 못한채 3패를 안았고 방어율은 6.00까지 치솟았다.
우선 구속이 떨어졌고 주무기인 포크볼의 각도마저 밋밋해져 장타를 자주 허용한 탓이었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압도하는기는 물론 자신감도 차츰 잃어갔다.
하지만 전환점이 찾아왔다. 팀의 전담 마무리요원 조규제의 부상탓에 소방수로 돌아선 지난해 신인왕 김수경까지 기대에 못미치자 김재박감독이 최근 투수진에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었다. 김수경이 다시 선발로 돌아가는 대신 정명원의 보직은 선발에서 마무리로 변경됐다.
결과는 성공작이었다. 20일 잠실 LG전 연장 10회말, 7-6으로 한 점 앞선 상황서 보직변경후 처음으로 구원 등판한 정명원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 97년 9월17일 전주 쌍방울전이후 1년 8개월 3일만에 세이브를 올렸다.
그리고 22일 수원 삼성전서 6-5 한점차로 쫓기던 8회말 1사만루에 또 다시 구원등판, 무실점으로 상대 추격을 틀어막고 2연속 세이브를 거두며 팀의 5연승 행진을 매조지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코칭스태프를 더욱 고무시킨 것은 제구력과 포크볼이 제대로 구사되는등 그의 구위가 한결 나아졌다는 점이었다.
이같은 정명원의 회생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마무리는 정명원의 전공분야이기때문이다. 지난해 선발로 나서기는 했지만 그는 94년 시즌 최다세이브기록(40세이브)을 세우는등 97년까지 프로야구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특급 소방수출신. 마무리자리는 그에게 마치 고향과도 같은 보직인 셈이다.
새삼 활기를 보이고 있는 그는 요즘『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삼우기자 sam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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