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라면 물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엔 「문화수출」이 그 어느 물품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예를 들면 영국의 유아 프로그램인 「텔레토비」는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돈도 많이 벌어들인다.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높은 교육수준과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이 왜 여태껏 문화수출에서 성공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 보았다.
첫째 이유는 언어장벽 때문인 것같다. 인터넷시대에 영어는 국제언어로서의 위상을 새로이 다졌고 앞으로도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문화자료인 서적, 영화, 음악 등이 영어로 소개된 경우는 지극히 빈약하다.
언어장벽은 간접적인 문제까지 초래한다.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더라도 외국인의 사고방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면 한국의 고유문화 중 어떤 것이 외국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문화 수출에 희망은 있다. 종교와 사상만 보더라도 불교, 유교, 도교, 토속신앙이 공존했으며 지난 몇 세기 동안 서양에서 도입된 천주교와 개신교를 발전시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다양성과 창조성을 갖추고 있다.
이런 가능성을 지닌 한국문화가 21세기에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외국어 교육정책의 근본적인 개혁이 있었으면 한다. 현재의 교육체제로서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등 아시아국가들에 비해서도 열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것에 찬성한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말만 가르칠 게 아니라 어떤 과목을 완전히 영어로 배우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어렸을 때 영어를 유창하게 배우면 고교 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외국영화나 인터넷을 통하여 계속해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니까.
또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돈이나 인맥이 없어 앨범을 내지 못하는 미국의 가수나 랩그룹은 웹사이트에 음악을 공짜로 올려서 유명해지는 경우도 많다. 얼굴없는 가수라는 한국의 조PD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한국문화가 세계 속에 발맞춰 나가려면 먼저 고유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에 한문교육을 다시 강조하기로 한 결정은 옳다고 생각한다.
/찰스 뮐러·번역가·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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