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려던 대기업들이 경기가 회복되고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유동성 확보가 용이해지자 자산 매각 계획을 잇따라 철회하고 있다.23일 재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우는 최근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수정약정을 체결하면서 ㈜대우의 수유동 부지(496억원 상당)와 대우중공업의 보령 헬기공장 부지(888억원 상당)의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대우는 부지 매입을 원하는 쪽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아 매각할 경우 오히려 손실이 발생, 부채비율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채권단에 설명했다.
대우는 또 지난달 서울힐튼호텔과 경주힐튼호텔을 한꺼번에 해외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경주힐튼을 포함할 경우 오히려 값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어 서울힐튼만 연내에 우선 매각키로 결정했다.
대우는 대신 증시 활황을 적극 활용, 연말까지 유상증자 계획을 3,000억원 늘린 4조7,890억원으로 조정했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한화유통 잠실부지(7,251평) 매각계획을 변경,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로 개발해 2003년에 분양키로 했다.
한화는 단순매각을 할 경우 매각이 지연되고 매입희망자가 제시하는 금액이 워낙 적은데다 유동성 위기를 벗어난 상황이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솔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투자사인 BCM사에 서울 역삼동 신사옥(지하 6층,지상 24층)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개인휴대통신(PCS), 제지업종의 외자유치가 성사됨에 따라 사옥 매각계획을 백지화했다. 한솔관계자는 경기 회복에 따라 신사옥내 비어있던 사무실 임대가 완료된 것도 매각계획 백지화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자산을 무조건 싼값에 매각할 경우 구조조정 이후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업의 이같은 노력을 구조조정지연으로 보는 시각도 교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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