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변속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으나, 자동차회사들과 정부당국은 무대책으로 일관해 피해자들의 소송 러시가 일고 있다.지난 6일 탤런트 김수미씨가 서울지법에 지난해 일어났던 BMW 승용차 급발진 사고 손해배상 소송을 낸데 이어, 21일에는 대우자동차 급발진 사고 피해자 32명으로 구성된 모임이 대우자동차에 16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인천지법에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곧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예정인데, 현재 소송을 준비중인 사례가 70여건이나 된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시동을 거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차가 앞뒤로 내달려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듣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메이커측은 운전미숙이 원인인 것같다고 주장하면서 차체에는 결함이 없으므로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20일과 21일 서울과 대구에서 또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지만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서 분쟁은 그칠 날이 없게 됐다.
자동변속 차량에만 일어나는 급발진 사고는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된 것만 225건이었고, 올해도 벌써 50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교통당국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예방대책을 외면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3월 본부 직원 1명과 산하 연구소 직원 3명으로 사고조사팀을 구성했을 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80년대부터 사고예방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주행이나 후진기어로 변속이 되지 않는 쉬프트 록(Shift Lock) 장치를 권장해 효과를 보고 있는데 우리 교통당국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오토매틱 차량 급발진 사고는 외국에서도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미국 연방교통안전국은 87년부터 1년이 넘도록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도 정부의 의뢰로 자동차공업협회가 2년반동안 조사와 실험을 거듭했으나 의심되던 전자파와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김수미씨 사고를 계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정밀조사를 실시했으나 결론을 얻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조사팀은 전자파가 자동변속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은 인정했으나 단정하지는 못했다. 소송에 큰 기대를 걸지 못할 사정이 여기에 있다.
자동변속 차량에만 일어나는 사고이므로 일단 차체에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의무화하고, 업계는 자동차 산업의 명예를 걸고 사고예방을 위한 연구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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