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왜 '대폭'인가이미 예고된 5·24 개각은 조각 수준이 대폭이라는 규모에서 드러나듯 쇄신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는 기존 흐름을 뒤바꾸는 반전(反轉)의 쇄신이 아니라 흐름을 유지하며 속도를 한층 높이려는 순응적 쇄신으로 풀이된다.
기존 내각이 일을 잘 못 해서 대폭 교체하는 게 아니라, 잘했지만 달라진 환경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이 23일 개각 배경을 설명하면서 던진 두 마디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상황인식과 구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니까 도처에서 개혁에 대한 느슨함이 나타나고 있다』 『개혁의 고삐를 당기기 위해 조각처럼 개각을 한다』는 내용이다.
박대변인의 경고처럼, 김대통령은 최근 반개혁세력의 저항과 도전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고 인식했다. 특히 현 정부의 구조조정, 개혁정책을 반대하는 정치, 경제 세력의 제휴설은 김대통령의 상황인식, 국정구상에 자극제가 됐다.
반개혁 흐름의 돌파가 현상 고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적극적으로 개혁의 의지를 재천명하고 그 추진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대통령이 개각의 구상이 큰 구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상, 그 본질은 바뀔 수가 없었다. 다만 「내달초 대폭 개각」이라는 예고가 너무 상세히 보도되면서 공직사회가 동요하자, 그 시기를 앞당겼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소폭, 중폭 개각의 가능성을 흘리면서 파장의 진화를 시도하기도 했고 이로 인해 개각을 둘러싼 혼선도 빚어졌다. 대폭 개각 보도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건의됐고 김대통령도 숙고끝에 이를 수용, 개각 일정을 정리했다.
김대통령의 구상에 김총리도 보조를 맞췄다. 국민회의-자민련의 지분나누기가 부차적인 문제로 격하한데서도 DJP의 호흡조절이 눈에 띈다. 당초 개각설이 나왔을 때만해도 김총리는 약간의 편차를 갖고 있었지만, 메신저 역할을 한 김중권(金中權)대통령비서실장의 설명을 듣고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22일의 DJP회동에 이틀 앞서 김대통령은 김총리에 검토한 인사자료를 건네 미리 스크린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김총리는 이를 토대로 나름대로 인물을 추천하는 등 새로운 공조가 모색됐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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