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매니저로부터 녹화가 늦게 끝나 약속보다 다소 늦을 것이라는 전화가 세 번 왔다. 오후 2시 20분 『미안합니다』라는 첫마디와 함께 송윤아가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지난 달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을 받은 후 피로연 때 그녀의 모습이 생각났다.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정중히 인사를 하고 몰려드는 팬들에게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성심껏 사인을 해줬다. 브라운관에 비친 모습과 사뭇 다르다. 『날 방해할 수 없어!』라고 외치는 휴대폰 광고에서처럼 도도하고 건방질 것 같지만 인터뷰 내내 예의 바르고 중심이 잡혀 있었다.
MBC 미니 시리즈 「왕초」에서 기생출신 배우인 연지 역을 소화하며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송윤아. 그녀는 지난 1년 동안 숨차게 달려왔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SBS 「미스터 Q」에서 도도한 디자인 실장 황주리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KBS 「종이학」에서는 밤무대 클럽의 댄서 차연희 역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소화했다. 동시에 출연한 MBC 「애드버킷」에서는 여검사로 출연, 정형화한 연기 패턴에서 무난히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왕초에서 김춘삼(차인표)을 사랑하지만 맺지 못하는 비련의 연지 역을 열연하고 있다.
하지만 연지 역은 좀 딱딱하고 부자연스럽다. 「종이학」 댄서의 자연스러움은 어디갔느냐는 질문에 『대본을 사전에 보지 못하고 철저한 감독 연출 지시에 따르다 보니 연기 공간이 좁아서 그런 것 같아요』라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존재는 다른 연기자를 압도한다.
그녀의 이미지는 자신감 넘치고 도회적이다. 사람들은 자주 섹시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 말을 싫어했지요. 뭔가 헤프다는 느낌에서요』 이제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여유가 생겼다.
방송 시작하고 1~2년 정도는 무척 힘이 들었다. 주위의 연출자나 연기자들이 대성하려면 술도 먹고 흐트러진 모습도 보이고 연애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교육자인 아버지 송재옥(경북 김천 성의중 교감)씨의 영향이다. 무슨 일을 하든 비굴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탤런트로서 만개하고 있는 그녀는 LG전자의 싸이언을 비롯해 다섯개 광고 모델로 나서고 있다. 인터뷰 하러 온 그녀는 액세서리를 하지 않았고 페디큐어조차 바르지 않았다.
『탤런트 시작할 때 돈이 없었서 액세서리를 안 샀고 요즘은 귀찮아서 안해요』 수수하다. 하지만 연기와 관련된 화장 의상 등은 철저하다. 그래서 코디는 늘 피곤하다고 한다.
송윤아는 지금 대학생이다. 이화여대를 두 번 지원 낙방한 끝에 삼수해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에 진학, 탤런트 일을 하면서 휴학한 상태.
대학 2학년 때 선배의 손에 강제로 이끌려 95년 KBS 슈퍼 탤런트대회에 나갔다. 3차 최종결선을 앞두고 비로소 집에 알렸다. 반대할 것 같은 가족들은 괌에서 대회가 열리니 해외여행 처음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참가를 허락했다. 금상이었다.
이렇게 연예계에 입문했다. 탤런트로 선발된 지 2개월 만에 파격적으로 KBS 「개성시대」 주연을 꿰찼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한동안 그랬다.
『연기자가 뜨려면 극본 연출 연기 등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미스터Q」 라는 작품에서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 인기를 끈 것 같습니다』
그녀는 선배 탤런트 반효정과 김영애에게서 연기는 테크닉과 느낌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6월 「왕초」 촬영이 끝나면 대학으로 돌아가 남은 3학기를 마칠 생각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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