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극장 앞. 젊은 제작자와 감독들의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두 홍보가 펼쳐졌다.주인공들은 「쉬리」의 강제규와 「정사」의 이재용 감독, 시네2000의 이춘연과 씨네락의 권영락 대표,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전양준씨 등 10여명.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다.
그들은「문화의 정체성을 위한 스크린쿼터」란 영문전단 4,000부를 영화제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전단에는 우리의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노력과 국제연대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각국 영화인들의 관심과 호응도 높았다. 2월에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이들은 1,000부의 전단을 배포했다.
18일 스크린쿼터 감시단은 성명서를 냈다.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위반극장에 대한 행정처분 완화조치는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4월 19일 문화관광부는 지방자치단체에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해 스크린쿼터를 위반한 극장에 대해 20일까지는 4분의 1, 21일부터는 2분의 1로 완화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원래 규정은 위반 20일까지는 1일당 1일, 21일부터는 1일당 2일씩의 영업정지를 내리도록 돼 있다.
지난 해 서울에서 스크린쿼터를 위반한 극장은 전체 152개 중 42.7%인 65개. 위반일수는 10~20일 사이가 40개관으로 가장 많다.
이미 행정처분을 내린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관광부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 따라서 20일을 위반한 극장의 경우 15일나 혜택을 받게 됐다. 결국 15일정도의 스크린쿼터가 더 줄어들어 91일이 된 셈.
문화관광부는 지난 해 한국영화제작편수가 43편(97년은 59편)으로 줄었고, 과도한 영업정지로 인한 부작용 발생을 방지하고, 영화관 경영수지 악화로 인한 폐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같은 완화조치는 특별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영화제작자들과 스크린쿼터 감시단은 결국 문화관광부와 극장이 함께 스크린쿼터를 축소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해 7월 서울시극장협회는 『올해 한국영화가 감소해 스크린쿼터를 20일 줄여달라』는 청원서를 보낸 후 이사회에서 공공연히 『20일 줄여 줄 것』이라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위반극장이 서울에 유난히 많은 것(전국은 18.5%)도 이미 문화관광부가 완화조치를 내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제작편수 감소를 이유로 내세운다면 내년에도 문화관광부가 극장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어 애써 싸워 미국으로부터 지킨 스크린쿼터를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 됐다.
여기에 공연신고서를 매표소 앞에 의무적으로 게시하는 규정을 없애려는 서울시극장협회, 허위공연신고에 대한 영업정지처분과 가중처벌을 없애고 과태료로 대치시킨 공연법. 스크린쿼터는 이래저래 흔들리고 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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