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삼성자동차는 정치와 경제, 지역 논리가 어우러져 탄생했다. 4년 뒤 삼성자동차의 정리 역시 형식논리에 의해서만 마무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정부가 이건희회장의 책임론을 삼성에 전달, 사재(私財)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우가 인수할 삼성차가 안고 있는 빚 4조원 가운데 일부를 이회장이 갚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이회장의 삼성차 지분이 0.2%에 불과한 점과 법적으로 보장된 주식회사의 유한책임론을 들어 이회장의 사재보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논리적으로 볼 때 결코 어긋난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국기업의 경영을 아직도 좌우하고 있는 「논리+α」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 채권단은 삼성차의 빚 3조7,000억원중 대부분을 담보나 보증없이 신용으로 빌려줬다. 국내의 금융현실에서 참으로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 이유는 오로지 삼성차가 아니라 이회장과 삼성그룹이 믿음직스러웠기 때문이다.
또한 이회장은 삼성차의 회사설립과 경영등에서 0.2%의 형식지분만큼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 대표이사나 이사는 아니었지만 「사실상의 대표이사」 였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단순히 국민적 정서를 이유로 사재보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실질적인 책임이 이회장에게 있음이 엄연한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이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크게 성공한 사업이 없다며 그의 경영능력을 인색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키우고 제일제당, 한솔, 신세계 등 중견그룹을 형제 조카들에게 떼주고도 여전히 탄탄한 국내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바로 그의 경영능력이다. 이회장에게 삼성차는 엄청난 짐이요, 낙인이다.
이를 벗어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당당한 경영자」로 설 수 있는 길이 사재보상이다. 정부가 강압적으로 밀고 나갈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회장도 그냥 지나갈 처지는 아닌 것이다. 이정표를 이회장이 스스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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