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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 예춘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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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 예춘호씨

입력
1999.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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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민간주체로 참여. 64년 37세로 공화당 사무총장. 69년 국회상공위원장시절 3선개헌 반대해 제명. 78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당선돼 김영삼총재의 신민당 입당. 80년 김대중(金大中) 내란음모사건으로 1년10개월간 옥고. 83년 민추협 창립 주역으로 부의장. 줄곧 재야활동. 88년 한겨레당 상임대표위원을 끝으로 88년 정계 은퇴」여당→야당→재야→자연인으로 「변신」을 거듭한 예춘호(72)씨.

그러나 그의 잇따른 변신은 여늬 사람들과는 달리 민주화의 가시밭길을 택한 결단이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자택에서 기자를 맞은 그는 『사람이 거취를 분명하게 하는게 좋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살아와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한 모습의 그는 『매주 한 두 차례 전국 하천과 바다를 돌며 낚시하는 게 비결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87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대중 현대통령이 끝없이 각축을 벌이고, 재야가 명분없는 분열로 민주정부수립 기회가 무산되자 그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 자괴감때문에 정계를 떠나 낚시대를 잡았다.

「속된 것을 잊어버리고 남의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다시 시작한 낚시 솜씨는 이제는 프로급. 낚시터에서 야영을 할 정도로 낚시에 심취해 있다. 낚시 전문지에 기행문을 자주 기고하고 지난해초까지 서울경제신문에 낚시칼럼「어심조심(魚心釣心)」을 연재하기도 했다.

남한강 북한강 임진강 한탄강 아산만 삽교 대호만 대천앞바다 원산도 삽시도 격포앞바다 고흥 안흥 경주 감포 포항 영덕 강릉 등 전국에 가지 않은 낚시터가 없을 정도. 루이낚시 플라이낚시 블루길낚시 등 여러 낚시를 즐기지만 요즘엔 남한강 상류에서 견지낚시하는 재미에 세월가는 줄 모른단다.

현정치에 대해 묻자 그는 『정계를 은퇴한 사람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정치를 함께했던 김대중 대통령을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인 분』이라고 평했고, 김영삼 전대통령을 『민주화 공로가 큰데도 불구하고 IMF체제 주범으로만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씨는 자택에 머물 때에는 10여년 전에 시작한 서예로 시간을 보낸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그는 글씨를 쓰기 위해 직접 먹을 갈고 있었다. 한번 붓을 들면 몇시간씩 글 쓰기에 몰두하는데 초서에는 남다른 경지에 올랐다는게 주위의 평이다. 이밖에 현재 그가 하는 유일한 대외활동은 직접 설립해 이사장직을 맡은 한국사회과학연구소와 장학재단인 영도육영회에 가끔 나가는 정도다.

부인 황치애(黃致愛·67)여사와 단둘이 자택에서 살고 있는 그는 정치를 하는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3남2녀의 자녀들이 모두 잘 자라준 것이 자랑스럽단다. 그는 『정치를 그만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다시 정치하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오지만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권대익dkwon@hk.co.kr 사진 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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