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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스타를 만드는 '스타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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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스타를 만드는 '스타의 그림자'

입력
1999.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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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1시 MBC 1층 대기실, 이날 오후 2시 SBS 탄현 제작센터 1층 커피숍.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공통된 풍경 하나. 무스를 바른 머리에 튀는 패션, 한손엔 휴대폰을 든 젊은이 10여명이 낯익은 탤런트와 가수들에게 말을 걸거나 음료수를 뽑아준다. 통화를 하거나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이다 PD가 나타나면 일어나 90도 인사를 한다. 매니저들이다.스타로 가는 길에 매니저가 있다

대중문화의 흐름은 빠르다. 흐름만큼 판도도 순간이다. 데뷔 1~2개월 만에 스타급으로 떠오르고 후속타가 없으면 언제 스타였냐는 듯 사라진다.

이들 뒤에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있다. 스타를 발굴하고 키우고 관리하는 매니저. 대중문화의 밑그림은 바로 이들이 그린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들은 일반대중의 눈에 안보이지만 대중문화의 막강한 실세다.

매니저의 일은 신인을 발굴하는 데서 출발한다. 길거리나 카페, 잡지, 각종 미인대회, 학교, PC통신, 연극무대 등을 뒤진다. 『97년 우연히 패션잡지 끝 페이지께 아주 작은 인물 사진이 실렸다. 단박 필링이 왔다. 연락을 하고 교육을 시켰다. 스타 김현주는 이렇게 탄생했다』 탤런트 김현주를 발굴한 백기획 김희정 실장의 경험담. 탤런트 최진실 김지호 심은하 정민 김선아, 가수 엄정화 젝스키스 등이 매니저에 의해 무명에서 스타로 키워졌다.

스타 이렇게 키운다

신인을 발굴하면 일정 기간 연기력이나 노래 지도를 한다. 투자를 하는 것이다. 다음 PD나 감독들에게 소개하는 순서. 시간 날 때마다 데리고 가 낯을 익히게 한다. 데모테이프와 연기테이프, 사진 등도 방송·광고계 사람들에게 귀찮을 만큼 돌린다.

드라마 대본이 나오면 추천도 한다. 처음부터 특정한 이미지를 기획해 딱 맞는 사람을 찾아내 「조립」하는 경우도 있다. 10대 댄스그룹들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신인에서 어느 정도 얼굴을 알리기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린다. 매니저가 신인에게 투자하는 돈은 연간 4,000만~1억원. 『느낌과 확신, 그리고 철저한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 확신도 없이 무명에게 투자하다 보면 거의 망한다. 신인 중 스타로 크는 경우는 1%도 안된다』 곰기획 문형욱 실장의 말이다.

매니저도 천차만별

언뜻 다 같은 매니저처럼 보이지만 매니저도 급이 있다. 옷과 대본 등을 챙기는 일에서부터 운전, 식사, 숙소마련 등을 책임지는 로드 매니저. 탤런트 김정은의 매니저 이정열씨. 『생활에 나라는 존재는 없고 김정은이라는 탤런트만 있다. 그보다 한 시간 먼저 일어나고 한 시간 늦게 잔다』

로드 1~2년 뒤에는 관리 매니저. 스케줄 관리와 PD, 감독들과의 관계 맺기, 문제 해결 등을 담당한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실장으로 발탁돼 출연교섭과 홍보 등을 맡는다. 기획사 사장은 방송사와 음반사 영화사 광고사와 출연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이처럼 매니저의 기능이 세분된 곳은 백기획, SM기획, 스타J, 대성기획, 대박기획 등 20여군데에 불과하다. 190여 소규모 기획사들은 한두명의 매니저가 모든 역할을 한다.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

연예인과 매니저 간의 수입배분은 신인과 스타급에 따라 다르다. 신인은 6대4 아니면 7대3정도로 소속사가 많이 갖는다. 스타급은 2대8 또는 3대7로 연예인이 더 많이 가져간다. 일부 기획사의 모호한 계약서, 불평등한 계약이 문제가 된 경우도 많다. 지난 해 말 가수 조관우 경우가 돈이 얽힌 대표적 사례. 『엄청난 투자를 해 스타로 키워 놓으면 계약을 파기하는 연예인이 상당수 달한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무조건 매니저 잘못이라고 하는 지적은 부당하다』 기획사 필립 김연원 실장의 주장.

수입문제나 복잡한 인간관계가 싫어 매니저를 두지 않는 연예인도 꽤 있다. 개그우먼 김효진이 대표적 경우. 하루종일 같이 지내다 보니 사랑이 싹 터 인생을 맡긴 경우도 있다. 가수 주현미.

왜 기업형 매니지먼트는 실패하나

우리나라의 매니저 세계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기업형 매니지먼트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 94년 1월 유인촌 황신혜 최민식 신은경 등 톱스타 20여명을 대거 영입, 돌풍을 일으키다 결국 1년여 만에 공중분해된 새한미디어 계열의 ㈜스타서치가 대표적 사례. 이후 설립된 한보그룹 계열의 한맥유니온, 제일제당그룹 계열의 제이콤도 뚜렷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우선 인맥을 중시하는 국내 매니지먼트의 풍토 때문. 친분과 기동성이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시스템과 분위기는 먹혀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니저가 쓰는 돈의 상당액이 로비·섭외용으로 사용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투명해야 하는 기업의 예산집행으로는 음성자금을 대기가 쉽지 않다.

매니저학과를 개설한 MBC아카데미 연극원의 박준형 실장은 『우리 연예계는 개인에서 기업형 매니지먼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대중문화의 수요팽창세로 볼 때 출연섭외에서부터 세무·의료·법률상담까지 양질의 서비스를 소속 연예인에게 제공하는 전문적이고 과학화한 기업형 매니지먼트의 정착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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