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장 출신인 홍두표(洪斗杓)한국관광공사 사장이 20일 최순영(崔淳永)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되자 정·관·재계 및 언론계가 이른바 「최순영 리스트」의 실재 여부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대한생명의 부실과 관련해 지난 11, 12일 구속된 이정보(李廷甫)전보험감독원장과 이수휴(李秀烋)전은행감독원장 등 지난 열흘동안 「거물급 대어」3명이 최회장의 「진술」로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최회장의 평소 성격과 그동안 진행돼온 수사정황에 비춰볼 때 앞으로 소환될 유력인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회장이 과묵한 성격이지만 정·관·재계·언론계를 대상으로 폭넓게 인맥을 형성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회장은 대한생명을 경영하면서 안전장치로 각계의 실세들과 접촉, 「줄」을 댔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회장이 최근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의 재판에서 『97년 대선당시 신동아그룹에 배정된 후원금과는 별도로 한나라당에 5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 정치권에는 훨씬 더 많은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뿌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에서 최회장의 정치권 로비가 확인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궁금한 대목은 지난 2월 구속된 최회장이 왜 최근에야 뇌물을 건넨 공직자들을 거론하기 시작했느냐는 점. 검찰 주변에서는 최회장이 출소후 「재기」를 위해 수사팀과 「빅딜」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대한생명 매각방침과 함께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 등 압박을 가하자 협상카드로 「리스트」를 흘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순영 리스트」라는 것은 결코 없다』면서 『다만 최회장이 수사협조 차원에서 기억을 더듬어 진술, 간헐적으로 고위공직자들의 비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가 결코 고위공직자들을 겨냥한 사정수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검찰 역시 앞으로 최회장의 진술여부에 따라 거물급 인사들이 추가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어 최회장의 「입」은 두고 두고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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