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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5년간 외국인 민박.. 아이들 영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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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5년간 외국인 민박.. 아이들 영어 좋아해

입력
1999.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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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아저씨 눈이 왜 푸른 색깔이야? 피부에 노란 털도 많고…』 『종빈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야. 단지 영어로 말하고 겉모습만 틀릴 뿐이야』 『엄마, 그래도 무서워』지금부터 5년전인 94년 봄. 캐나다 외교관인 코즈노씨가 우리 집에 왔을때 방구석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었던 초등학교 4학년 막내아이는 온통 주눅이 들어 있었다. 처음 얼마간은 방안에 숨어서 거실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집에 최초로 외국인이 왔기 때문이다.

코즈노씨는 외교관 시험에 합격한 후 한국인의 의식과 생활습관, 문화 등을 알아보는 연수를 왔다. 도시 가정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의 아파트인 우리 집을 선정했고 시골의 전통적인 마을로는 안동 하회마을을 택했다. 한 곳에서 각각 3일씩 묵으며 한국 가정을 체험하는 코스였다.

남편말고는 말조차 능숙하게 통하지 못하면서 그들은 맞이한 것은 분명 모험이었다. 좀 더 유식하게 말하면 요즘 유행하는 벤처기업을 딴 「벤처가정」이라고나 할까.

큰 아이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동생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앞에서 수줍음이 많았다. 그렇지만 한번 했다면 사정없이 밀어붙이는 남편의 의지 속에 그때부터 외국인 민박을 계속했다. 지금까지 7개국에서 온 손님 27명이 우리 집 안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 외국인들과 한 방에서 생활한 덕분에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영어가 됐다. 큰 아이는 학교에서 여는 영어말하기 대회에서 입상도 했고 지난 4월에는 교육방송에 출연해서 영어로 코믹하게 재롱을 떨기까지 했다.

젊은 외국인들이 집에 오면 함께 농구와 탁구를 하고 저녁에는 체스를 두기도 한다. 어떤 때는 능청을 떨면서 장난까지 치는 등 우리 집을 찾는 이방인을 스스럼없이 대한다.

외국에 나가야 세계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외국인들의 의식과 태도, 그들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5년간의 외국인 민박을 통해 우리 가족은 배웠다.

/김영순·주부·서울 강남구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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