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표(洪斗杓)한국관광공사 사장의 뇌물사건이 정·관계와 언론계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홍사장은 5공시절부터 공기업 사장을 4곳이나 거치면서 승승장구한 인물인데다, 주요 언론사 사장을 지낸 이가 구속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홍사장 등 거물급 인사들을 사법처리한 것은 현 정부가 비리수사에는 성역없이 단호히 척결한다는 의지를 재확인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관련, 검찰은 이수휴(李秀烋)·이정보(李廷甫)전보험감독원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홍사장도 최순영(崔淳永·구속)신동아그룹회장의 진술이 단서가 됐다고 밝혔다.
대한생명의 부실과 관련해 감독당국과의 유착여부를 추궁한 끝에 이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당국자도 이날 『부정부패 척결에 성역이 없다는 현정부의 의지는 변함없다』며 이번 수사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이 최근 중앙일보 산업팀 차장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데 이어 홍사장 뇌물사건이 터져 나오자 현 정부의 언론개혁과 관련해 여러가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얼핏 보면 전혀 무관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언론개혁의 신호탄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분석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줄 만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관련 사건 수사과정에서 우연히 불거진 개인비리일 뿐』이라는 검찰의 설명이 자연스럽다. 검찰은 정치인 사정때와 마찬가지로 홍사장 구속에 대한 구구한 해석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규섭(金圭燮)서울지검 3차장은 『검찰이 결코 방향을 정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범죄사실이 있으면 은폐하지 않고 처벌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날 구속 집행된 홍사장의 영장내역에는 홍사장이 최회장으로부터 『대한생명에 좋지 않은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도 받았다고 돼 있어 공영방송 보도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홍사장이 KBS사장 재임시절 보도 등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구체적인 지시 등을 했다면 언론계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까지 홍사장 외에 추가로 혐의가 드러난 정·관계 및 언론계 인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최회장이 자신의 구명(救命)과 대한생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앞으로 어떤 폭탄선언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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