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정보국장의 수뢰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치졸한 논쟁을 하고 있다. 경찰조직이 수집한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하는 「핵심실세」라는 박희원치안감의 범죄혐의가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것인가를 다투는게 아니다.경찰이 이례적으로 힘을 쏟은 아파트 관리비리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2,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박치안감을 구속한 검찰의 의도가 「경찰 기죽이기」에 있지 않느냐는 논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찰과 경찰 모두 국민과 국가가 부여한 막중한 책무와 제 자리를 잊은 채 각기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장외다툼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한심하다.
이번 사건만 놓고 볼 때 양쪽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경찰은 수사권독립을 둘러싸고 검찰과 첨예하게 맞섰던 것과 관련해 『경찰의 기를 꺾기위한 표적수사』라고 불만이다. 반면 검찰은 『아파트비리를 재수사하다가 우연히 박치안감의 비리가 드러나 원칙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수사를 지휘한 검찰 간부는 『검찰은 경찰과 힘겨루기를 하는 소인배가 아니다』라고 미리 방어선을 쳤다. 얼핏 그럴듯한 주장이지만 국민에게는 둘 다 핵심을 비켜난 것으로 비친다.
여론을 의식한 양쪽의 주장에서 우리는 오히려 국민의 분별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새삼 확인한다. 우선 먼저 매를 맞아야 할 경찰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경찰은 수사권독립을 들고 나올 때부터 『검찰의 보복사정을 경계한다』며 일선조직의 기강을 단속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요직중의 요직」에 있는 인물이 뇌물을 받고 비리를 눈감아 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된 판국에 무슨 항변을 하겠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경찰은 수사권독립을 외치면서 『경찰조직의 자질과 능력이 성숙했다』고 강조했던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숙해야 마땅하다.
검찰도 『원칙대로 처리했다』고 자랑할 일만은 아니다. 검찰은 수사권독립 논란이 나올 때마다 경찰비리 캐기로 맞섰던 것이 사실이고, 최근에도 검사들이 일선파출소까지 감찰에 나서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이런 일로 「표적수사」 시비에 오르는 것은 평소 경찰비리를 단속하는데 소극적이었던 탓도 있다. 이때문에 국민은 검·경의 표적수사 시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검찰과 경찰이 모두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수사권독립 문제는 두 조직이 힘겨루기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사회적 토론을 통해 국민의 권익보호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론지어야 할 사안이다. 이런 당연한 이치를 외면한채 소란스레 명분을 다투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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