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0-1로 석패한 것을 두고 남들은 「아깝다」고 혀를 차지만 오히려 부산대우로서는「즐거운 마음」을 갖게 만든다.19일 대한화재컵 결승 1차전에서 49개의 파울이 오가는 격렬한 몸싸움끝에 분패, 대우의 투혼이 빛바래긴 했지만 이미 주전 4~5명이 결장, 「잇몸」으로 버틴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성공작」이라는 자체평가다.
후반 12분 삼성의 샤샤가 퇴장, 수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비기기작전을 의식한 듯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다 우크라이나 용병 비탈리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의 약세를 고려할 때 1점차 패배는 2차전에서의 대역전극을 가능하게 만든 단초가 됐다는 것.
1차전에 내린 폭우도 결국 대우를 도와준 셈. 젖은 그라운드는 결국 고종수 데니스의 개인기를 무디게 만들었다.
샤샤의 퇴장은 대우를 즐겁게 하는 것들중의 하나. 샤샤는 골결정력은 둘째치고 걸출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수비진을 흔드는 능력이 대단한 선수인데 2차전의 결장은 그만큼 대우수비진의 공격가담을 수월하게 할 것이다.
또 「쌕쌕이」 정재권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안정환과 마니치의 결장으로 마침표를 찍어줄 골게터의 부재를 절감했던 대우는 유고용병 마니치가 복귀, 골사냥에 나선다. 2골차 이상(정규시간)으로 이겨야 우승의 축배를 들게 되는 대우로서는 오직 공격만이 살길이기에 「바람의 아들」 마니치의 가세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마니치는 97년 대우가 3관왕을 차지할 당시 통합득점왕(13골)에 오른 무서운 골잡이로 삼성 수비진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나 더. 부산 구덕운동장에서의 「안방불패」 징크스는 대우를 더욱 즐겁게 한다. 대우는 96년이후 삼성과 가진 8차례의 홈경기에서 5승1무2패를 기록중인데 1무는 96년 7월 창원에서 1-1로 비긴 것이고, 2패는 96년 8월 창원에서 4-0, 98년 4월 밀양에서 1-0으로 각각 패한 것. 결국 구덕운동장에서는 4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같은 이유를 들어 부산대우가 조심스레 「희망사항」을 읊조리고 있지만 과연 마지막 승부가 끝난 뒤에도 「희망가」를 부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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