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스테파쉰에 대한 총리 인준안이 19일 국가두마(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됨으로써 공산당이 주도하는 의회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대결국면은 일단 「옐친의 완승」으로 끝났다.특히 표결 결과, 총리인준 반대표는 당초 총리인준을 강경하게 거부해 온 공산당의 129석에 훨씬 못미치는 55표에 그쳐 공산당 내부 반란표도 상당히 많았다. 공산당을 겨냥한 옐친의 압박 승부수가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원의 패배는 옐친의 탄핵안이 16일 부결되면서 어느정도 예상됐었다. 공산당을 비롯, 옐친 탄핵을 거세게 밀어부친 좌파세력이 탄핵안 부결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 특히 모스크바 정가에서는 옐친이 다음 승부수로 의회해산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 스테파쉰의 총리인준이 부결될 경우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총리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제1부총리, 니콜라이 악쇼넨코 현 제1부총리 등 스테파쉰보다 더욱 강경하게 경제 개혁을 밀어 부치는 인물을 내세워 공산당을 압박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결국 역부족을 느낀 좌파세력이 차기총선이 예정된 12월까지는 현상유지가 최선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옐친은 지난주부터 시작된 정치 위기를 일단 모면하면서 여유를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부결로 내년 6월 대선까지 임기가 보장된 가운데 총리인준안마저 의도대로 통과된 지금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자세다.
그러나 정치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옐친 앞에는 경제위기 타개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옐친 탄핵안과 프리마코프 총리 해임으로 시작된 러시아 정치위기에 대응해 세계은행은 예정된 30억달러의 차관 동결을 선언한 터였다.
더욱이 스테파쉰은 체첸전쟁을 지휘한 강경 군부세력으로 서방세계로부터 개혁마인드에 의심을 받고 있다. 인준안 통과 직후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경제 개혁 프로그램에 문외한인 새 내각을 불신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스테파쉰 총리는 전임자들의 재정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세제·금융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법안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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