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근사해보이는, 하지만 어쩐지 어렵게 느껴지는 오페라. 악극이나 뮤지컬은 그냥 보러가도 될 것 같은데, 오페라는 뭔가 공부하고 알아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고.오페라를 보는 데 꼭 특별한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400년 전 오페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귀족과 지식층의 것이었지만 시민혁명 이후로는 무식쟁이를 포함해 누구나 구경하는 서민오락이 됐다. 뭘 모른다고 주눅들지 말자. 대부분의 오페라는 비극이든 희극이든 재미있는 줄거리와 멋진 음악으로 돼있다. 바그너나 20세기 오페라처럼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오페라를 봤는데 느낌이나 감동이 없다면 관객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공연이 신통찮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준비된 관객은 오페라를 좀 더 잘 감상할 수 있다. 줄거리 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프로그램 책자에서 미리 읽어두는 게 좋다. 오페라는 대부분 외국말로 하니까 가수가 뭐라고 노래하는지 다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공을 들인다면 음반이나 레이저디스크 같은 영상물로 미리 감상하고 가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런 예습이 오페라 감상의 필수는 아니다. 중요한 건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오페라는 음악과 연극이 합쳐진 종합무대예술이다. 오페라 가수는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춘다. 따라서 노래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오페라의 맛을 절반 이상 놓치는 셈이다. 노래 뿐 아니라 연기·의상·조명·무대장치·합창·오케스트라 등 오페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주목하자.
오페라 감상의 왕도는 없다.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알듯 많이 보고 듣는 게 최고다. 바야흐로 오페라시즌. 윤이상의 「심청」,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백병동의 「사랑의 빛」,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이상 20일~6월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토월극장), 모차르트의 「후궁탈출」(29일~6월4일 세종문화회관) 등 5편의 오페라가 올라간다. 일단 가서 보자.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은 곤란하겠지만 꼭 정장을 하고 갈 필요는 없다. 무대가 멀리 보이는 좌석이라면 오페라글래스(쌍안경)을 챙기는 것도 좋겠다. 오페라글래스는 극장에서 빌려주기도 한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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