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개각의 흐름을 타던 청와대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청와대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19일 언론의 대폭 개각 보도에 대해 『시기와 폭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박대변인은 「쿨 다운(Cool Down)」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지나친 추측이나 예상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박대변인 뿐만 아니라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 등 모두가 개각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전날 전면 개각을 당연시하던 분위기가 하루만에 반전된 배경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질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자신의 의중 이상으로 개각의 내용이 보도된 데 상당히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이 박대변인을 통해 밝힌 개각 정보는 「러시아 방문 전 신설 부처 장의 임명, 러시아 방문 후 개각 검토」였다. 예측가능한 국정운영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알린다는 취지였으나 언론보도가 「정치인 장관을 포함한 대폭 개각」으로 나가자, 김대통령은 김중권실장 등을 불러 경위를 묻고 앞서나가지 말라는 취지의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의 노기가 전해지자, 당장 『전면 개각이 아닌 중폭, 소폭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다른 의견이 흘러나왔다. 더 나아가 『러시아 방문 전에 신설 부처와 함께 3~4개 부처를 포함한 소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논리적으로도 조기 소폭 개각론과 내달 개각론 등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개각 예고로 공직사회의 불안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는 만큼 러시아 방문 전 개각을 단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치인 장관들이 모두 당으로 복귀할 경우 총선의 조기과열 분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소폭개각론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반해 내달초 대폭 개각론도 여전하다. 1기 내각을 2기 개혁내각으로 일신, 새로운 국정의 틀을 잡아가야할 상황에서 어정쩡한 개각으로는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하지도 않았고 정치 흐름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인 장관이 모두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정치인 장관중 현재 개혁을 진행중인 교육, 국방장관 등은 유임시키고 사퇴의사를 피력한 이정무(李廷武)건교장관, 국민연금복지파문을 일으킨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장관 등을 포함한 적정 수준의 개각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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