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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속의 과학] 메트릭스의 가상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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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속의 과학] 메트릭스의 가상현실

입력
1999.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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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실재인가」.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식론을 출발점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모든 감각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가상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실제와 거짓의 혼동, 기억재생등 가상현실의 극단을 상상해온 SF영화의 결정판이다.「매트릭스」에서 가상현실은 인간의 삶을 「대체」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인공지능(AI)컴퓨터가 인공자궁 속에 인간을 사육하면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대신 인간에게는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주입시켜 자신이 생존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매트릭스 안의 인간은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지만 모든 게 뇌에 전달되는 「전기신호」일 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맞으면 아프고 피를 흘리며 죽는다.

인간의 잃어버린 감각을 대체하기 위해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회로는 이미 많이 고안돼 있다. 즉 시각이나 청각, 사지근육등이 손상된 환자를 위한 보철물이다. 예컨대 고막이 손상된 환자에게 귀 안팎을 연결하는 전기배선을 깔면 머리 밖의 작은 마이크가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머리 속 수신기에 전달, 청각신경을 자극한다. 뇌는 이것을 「소리」로 듣는다. 망막세포를 대신하는 전극도 있다. 아직은 인간 감각에 훨씬 못 미치는 거친 수준이지만 이러한 인공물 시술은 보편적이다.

뇌를 직접 자극하는 신경자극기는 더욱 놀랍다. 뇌의 특정부분을 전기신호로 자극하면 그 부분이 관장하는 신체부위의 이상, 통증, 쾌-불쾌등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한 연구진은 강한 자기장으로 뇌의 특정부위를 자극할 때마다 일시적인 실어증을 겪거나 신체부위를 흔들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을 밝혀냈다. 영화처럼 「인간 사육용」이 아니라 「오락용」으로라도 신경자극기와 가상현실을 연계한 프로그램이 나올 법하다.

사실 더 요원한 것은 영화 속 인간의 뒤통수에 달린 콘센트, 이 외부물질에 대한 체내 거부반응을 해결하는 일이다. 또한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진정한 의미의 AI는 아직 영아단계다. 현재 개발된 모든 AI는 사용자가 설정해 놓은 일정한 조건 안에서만 판단하고 반응할 줄 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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