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한 코너였다. 「스타를 잡아라」에서 개그맨 이휘재가 1분 내에 울 수 있을까 없을까를 시험했다. 팬들의 대답은 반반. 그러나 이휘재는 결국 정해진 시간 안에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SBS 일일드라마 「약속」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 탄현 SBS스튜디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힘들어 하는 정선경이 할머니 나문희를 붙잡고 서러운 감정에 북받친다. 감정을 잡은 지 채 1분도 안돼 눈물을 주루룩 흘린다. 2층 부조실에 있던 이영희 PD. 『감정 좋아요!』 를 연발한다.
어떻게 눈물을 흘리나 드라마나 코미디 등에서 큐사인이 나자마자 연기자들은 어떻게 빨리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만약 눈물 흘려야 할 장면에서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연기자들은 눈물이 나지 않을 때 약품을 사용한다. 눈물을 흘려야 할 시간과 양에 따라 사용하는 약품이 달라진다. 연기자가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울어야 하고 눈물의 양이 많아야 할 경우에는 티어스틱(Tearstick)을 사용한다. 파스처럼 톡 쏘는 기운이 있는 티어스틱을 눈아래에 바르면 4~5분 뒤에 울고싶지 않아도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된다. 악어의 눈물이다.
눈물을 약간 흘려할 때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안약을 사용한다. 보통 2~3분 뒤에 눈물이 흐른다. 렌즈를 착용한 연기자는 약품 사용에 주의한다. 렌즈에 해가 없는 안약을 사용하거나 식염수를 눈물 대용으로 쓴다. 가끔은 원초적인 방법을 구사하는 연기자도 있다. 자기의 허벅지를 사정없이 꼬집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 연기자들은 우는 데 프로라는 게 PD와 분장 담당자들의 말이다. 극중 배역 소화와 순간적인 감정몰입에 뛰어나다는 것이다. SBS분장실 이치환씨는 『일부 신인들을 제외하고는 안약이나 티어스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가장 잘 우는 연기자는 누구일까 남자 탤런트 중에는 최수종을 능가할 사람이 없다는 게 드라마 제작진의 한결같은 평가. 그는 마음만 먹으면 10초 안에 눈물을 좍 흘릴 수 있다. 지난 해 방영된 KBS 2TV 「야망의 전설」 후반부에서는 거의 매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으나 그는 단 한 번도 안약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밖에 홍학표 안재욱 조형기 등이 우는 연기를 잘 한다고 소문났다. 여자는 최진실 정선경 채시라 김희애 등이 유능한 울보. 김혜자 김영애 고두심 나문희 등 관록있는 연기파 탤런트들은 『울어』하면 그대로 울 수 있다.
요즘 아역들도 눈물 연기 대열에 빠지지 않는다. SBS 인기 드라마 「은실이」촬영중 전혜진을 괴롭힌 강혜정이 삼촌 권해효에게 맞는 장면에 이어 전혜진이 우는 신이 있었다. 반효정이 『NG나면 강혜정이 많이 맞아야 되기 때문에 한번에 끝내자』고 말했다. 전혜진은 큐사인이 나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이를 본 반효정이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연기자들은 평소에 우는 연습을 열심히 한다. 방송사 탤런트 공채 시험에는 우는 연기가 빠지지 않는다. 웃는 게 우는 것보다 어렵다는 연기자들도 많다.
우는 연기를 하다 진짜 감정에 복받혀 콧물이 나와 NG를 내기도 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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