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권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간단없이 현 정권을 공격해대고 있고,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5공인사들은 나름대로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항상 동기의 순수성을 내세우지만 많은 이들의 움직임을 정치권 복귀의 수순밟기로 보고 있다. 이들의 정치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느정도 실현가능한 것일까.상도동 대변인역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18일 『김영삼전대통령의 17일 성명은 현 정권의 비민주성과 역사왜곡을 비판하려는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김전대통령은 일선정치에 복귀할 생각이 없는데도 정치재개를 위한 발언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YS는 단지 우국충정의 발로로 현 정권을 사사건건 비판하는 것일까.
YS의 「DJ 때리기」는 애당초 사감(私感)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필생의 경쟁의식에 DJ에 대한 개인적 반감이 겹친 상태에서 복수하듯 험구를 퍼부었다. 그러나 공동정권의 정책혼선과 내각제 문제를 둘러싼 여여갈등 등 외부환경 덕에 말발이 먹혀들면서 YS는 자연스럽게 정치일선에 복귀한 셈이 됐다. 심지어 『YS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지만 말이야 맞는 말 아니냐』는 동조 분위기도 없지 않다. 당초 목적이 자신의 명예회복이었건, DJ 무너뜨리기였건 상황 자체가 YS의 정치권 재진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흘러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YS의 목표점이 정치세력화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신당 창당은 어차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고, 「구락부」 결성도 알맹이 없는 이야기다. YS의 속셈은 오히려 DJP 틈새 파고들기에 있다고 봐야 할 듯 싶다. 민주계의 한 의원은 『지난 대선이 DJP연대라는 반YS 연합전선을 중심으로 치러졌다면 다음 대선의 핵심 화두는 반DJ 정서 결집이 되리라는 게 YS의 판단』이라며 『YS는 반DJ 정서 견인의 중심축에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YS의 노림수는 짧게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PK)의 막후로 역할하는 것이고, 길게는 이를 바탕으로 차기 창출 관여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YS가 비빌 언덕으로 삼고 있는 부산·경남의 지역정서란 것도 따지고 보면 반DJ일뿐 친YS는 아니며, YS가 방패삼는 민주계도 다수가 YS의 정치재개를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YS의 독설정치는 정황과 주변이 만든 기형적 산물에 불과하며, 그의 정치재개 시도자체도 착각이라는 지적이다./홍희곤기자 hghong@hk.co.kr
대구 경북(TK)지역에는 5공신당설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5공인사들의 개별적인 정계진출이나 TK신당 참여쪽이 현실감이 있어 보인다.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5공신당은 없다』고 선언을 했고 5공인사들도 신당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TK지역에서 5공시절에 대한 향수가 강하고 현정권의 동진(東進)정책, 중선거구제도입 등과 맞물려 창당의 최적 조건이 마련된 상태여서 5공신당이 현실화할 개연성은 적지않다는 분석이다.
5공세력의 정치세력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특히 개별인사들의 표밭갈이가 두드러진다. 올 초 출마선언을 한 포항의 허화평(許和平)전의원은 포항에 개인사무실을 냈다. 또 허삼수(許三守) 정호용(鄭鎬溶)전의원 이종구(李鍾九)전국방장관 전경환(全敬煥)전새마을운동본부총재, 김길부(金吉夫)전병무청장 등 5~10명도 분주하게 고향 등 연고지에서 「입질」을 하고 있다. 장세동(張世東)씨는 대구 중구 출마설이 현지에서 널리 퍼져 있다.
최근 TK지역에선 5공신당설이 신보수 대연합을 이념으로 한 「TK신당」설로 확대 발전돼 유포되고 있다. 5공 인사들도 TK신당설에는 적극적이다. 정호용전의원은 『뜻이 맞는 정당이 생긴다면 기꺼이 참가하겠다』고 말했고 허화평전의원도 『TK신당이 창당돼 지역연합 구도로 나간다면 대안이 된다』는 입장이다. 지역정서상 여당 공천을 받으면 승산이 없으므로 무소속 또는 TK신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여권에 개별 영입케이스로 진출하거나, 당대 당으로 여권과 지역연합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대구 서갑)의원은 『5공세력이 지난 3, 4월 대구지역에서 5공신당출범과 5공인사들의 지지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서 『과거 민정계 인사들도 「TK신당이 뜨면 이번엔 기회가 온다」고 말하고 다닌다』며 경계했다.
그러나 정가에선 5공 정치세력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민회의 권정달(權正達)의원은 『14대 총선때도 전전대통령에게 신당창당을 요청하며 1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5공 신당 창당은 자금이 없기 때문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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