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회의 무시, 자민련 발끈, 한나라당 혼재」 김영삼전대통령의 17일 성명서 발표에 대한 청와대와 여야 3당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청와대와 국민회의는 「무대응」을 공식 입장으로 정리하고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은 기자들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입을 열지 않다가 청와대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을 만나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나, 오늘의 독재자라니 아이쿠…』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길이 아닌 길을 가고 있고, 말이 아닌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고 일축해 버렸다. 김옥두(金玉斗)지방자치위원장은 『김전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화해 얘기를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한 당직자는 『재임중에 5·16 등 역사적 사건을 정의한 YS가 이제와서 「모든 것을 역사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언어도단』이라며 흥분했다.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의 유업계승을 주장하는 자민련은 더욱 적극적으로 김전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김대중대통령에 대한 사감을 바탕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겨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는 망국적 처사』라고 공격했다. 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경제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김전대통령이 국가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박전대통령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이 있다고 매도한 것은 너무나도 후안무치한 태도』라고 통박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에선 YS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부산·경남 출신 의원들과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반면 박전대통령의 영향권에 있는 대구·경북출신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김전대통령을 비판했다. 특히 박전대통령의 딸인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이날 오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김전대통령의 주장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며 김전대통령 자신도 92년 대선때 구미에 와서 기념관건립을 지원해 놓곤 이제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부영(李富榮)총무는 『대통령 재임시절 5·16을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던 YS로서는 개인적으로 올바른 지적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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