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만감독의 도박이 「골넣는 골키퍼」김병지를 울렸다. 16일 대한화재컵 4강전인 대우-현대전은 대우 이차만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인 한판이었다.120분간의 전·후반과 연장혈투가 끝나갈 즈음 대우는 갑자기 국가대표출신의 노장 골키퍼 신범철(30)을 돌연 올해 입단한 신인 한상수(22)로 교체했다.
갑작스런 골키퍼 교체에 현대진영은 물론이고 축구전문가들까지 깜짝 놀랐다. 하지만 한상수는 승부차기에서 현대 김현석에게 골을 내준뒤 3명의 키커를 잇따라 막아내며 대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더불어 연봉 2억2,000만원의 김병지는 몸값을 하지 못한채 패전의 멍에를 졌다. 잇딴 외도로 주위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있는 그로서는 이름없는 신인에게 패했으니 더욱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다.
한상수 기용에 대한 이차만감독의 변은 이렇다. 『원래 신인들이 겁이 없는 법입니다』. 한상수는 충북대 졸업후 올해 대우에 드래프트 10순위로 입단한 그렇고 그런선수.
더욱이 그는 올시즌 프로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한 오리지널 루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차만감독은 두명을 교체할 수 있는 연장전에서 한상수를 써먹기 위해 유고 용병 라임만 교체멤버로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차만감독은 순발력이 좋은 한상수가 승부차기에서는 오히려 체력이 떨어진 신범철을 앞선다고 생각했다. 4월 대통령배전국축구대회 8강에서 현대 2군과의 승부차기서 3골을 막아내는 한상수의 놀라운 순발력을 눈여겨 봤던 것.
「단순한 선수가 승부차기는 잘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후보나 다름없는 유고용병 라임을 승부차기 1순위로 내세운 것도 의외. 하지만 도박에 가까운 이감독의 용병술은 결국 부산 동래중때부터 친구사이인 현대 고재욱감독과 「끼의 골키퍼」김병지에게 「한방」을 날린 셈이 됐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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