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청와대 박금옥(朴琴玉)총무비서관에게 영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일보의 물 절약 기사(4월7일자 22면 보도)를 보았느냐』는 이여사의 전화에 「청와대의 구두쇠」로 정평이 난 박비서관도 『물 절약을 더 하라는 말씀이 있겠구나』라고 직감했다.아니나 다를까 이여사는 『우리나라 전 가정이 변기에 절수기를 설치하면 동강댐 공급량만큼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데 청와대는 어떠냐』고 물었다. 박비서관은 곧바로 관저로 올라가 청와대의 물 절약 현황을 보고한 뒤 전반적으로 물 절약 시스템을 재점검했다.
이에 따라 절수기가 없는 30% 정도의 화장실에 절수기를 설치했고 여자용 화장실에 물절약 마개핸들을 마련했으며 물절약용 밸브조정의 조치가 이어졌다. 230개소의 절수 스티커도 새로 교체됐다. 청와대는 이미 86개소의 수도꼭지를 원터치 싱글레버로 교체하고 46개소에 양치용 컵을 비치, 물 절약을 하고 있어 이여사의 지시는 그야말로 주마가편(走馬加鞭)격이었다.
박비서관은 『나라살림 전체에서 청와대의 물 값은 아주 작지만 검소한 생활, 자원절약의 상징성은 크다』며 『그 맨 앞에 이여사가 있다』고 말했다. 관저의 비서관들은 『이여사는 물 외에도 전기 한 등, 휴지 한 조각도 아낀다』며 『윗분이 절약하니 직원들도 자기도 모른 사이에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여사의 근검으로 관저의 전기사용량이 30%가량 줄어들었으며 물 사용량도 현격하게 적어졌다. 이밖에도 이여사는 이면지를 버리지 않고 메모, 기록에 활용하고 있어 한 쪽 편에 이면지가 수북이 모아져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절약으로 청와대의 물 사용량은 95년 29만4,000톤에서 96년 28만8,000톤, 97년 26만7,000톤, 98년 21만4,000톤으로 급감했다. 특히 98년도 사용량은 전년 대비 19.8%나 줄어들었다.
이여사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물 절약 스티커」 부착행사를 갖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물을 많이 사용한다』며 『물낭비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머지않아 물부족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여사의 물 절약 실천은 청와대 곳곳에 영향을 미쳐, 춘추관의 식당에도 「양칫물 컵 안쓰면 분당 11~18ℓ낭비. 설거지도 받아쓰면 20ℓ, 틀어쓰면 120ℓ」라는 스티커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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