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민주주의의 선봉대」로 불리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광고주와의 결탁 의혹으로 곤경에 빠졌다.유력일간지 「쥐드도이체 차이퉁」은 3월19일자 기사를 통해 슈피겔이 3월15일 발간한 하노버 컴퓨터전시회 특별부록에서 도이치텔레컴의 컴퓨터통신업체인 T온라인사 볼프강 코인트예 사장을 「웹 세계 톱20」으로 선정한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 신문은 슈피겔 편집간부의 말을 인용,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제리 양(야후), 스티브 잡스(애플) 등 이번에 발표된 톱20은 모두 미 타임지가 선정한 톱50을 토대로 한 것인데 코인트예만은 톱50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라며 『과연 그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코인트예가 『우리회사의 미래를 신뢰하는 사람은 주식을 사라』고 말한 내용을 기사에 인용 것도 지나치게 상업적이어서 슈피겔의 전통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특히 『특별부록의 목차가 실려 있는 바로 옆 페이지에 T온라인의 광고 CD롬이 부착돼 있어 이 업체와 편집진 간에 모종의 협상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마지막으로 『슈피겔 편집장 슈테판 아우스트가 T온라인의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의 자문위원이며 3월초 다름슈타트에 있는 연구소를 방문한 뒤 한 기자를 통해 이 연구소를 칭찬하는 기사를 쓰게 했다는 점을 지적해둔다』고 덧붙혔다.
이에 대해 슈피겔측은 『코인트예의 톱20선정은 합리적 판단과 전망에 따른 것으로 어떤 외압이나 경영적 고려도 없었으며 주식구입 권유도 이례적인 것이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표현돼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광고게재에 대해서는 『슈피겔은 여전히 편집과 경영의 철저한 분리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말로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94년 경영진이 현재 쥐드도이체 자이퉁 공동편집국장인 한스 킬츠를 경질하고 아우스트를 편집장에 임명하자 『논조가 가볍고 인기에 영합한다』며 반발했던 슈피겔 편집국 내에서 『의도야 어떠했든 이번 사건이 결과적으로 슈피겔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 아니냐』며 아우스트를 비판하고 나서 이번 사건의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은호기자 leeeun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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