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에 소리없이 현관문이 열렸다. 갑자기 십여명의 남자들이 감쪽같이 밖에서 자물쇠를 뜯어내고 들이닥쳤다. 구둣발로 방과 거실을 넘나들며 이부자리며 옷가지를 닥치는대로 밀치며 헤집었다. 『아저씨, 밥먹고 학교만 가게 해주세요.교복좀 갈아입고 갈 수 있게 해주세요』 겁에 질린 아이들이 울며 불며 호소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품에서 서류를 꺼내며 『정당한 법집행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었다.
담보제공이나 연대보증의 결과로 이렇게 참담하게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겨야 하는가. 새로 입주한 집주인과 타협하여 방얻어 나갈 때까지 좁은 공간이지만 얹혀 살기로 했다. 새벽의 기습공격으로 공무집행에 성공한 집행관들은 승리의 기쁨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까.
/남윤철·서울 도봉구 쌍문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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