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모두 뛰어난 문학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대중성」 때문에 잘 팔리는 경우가 흔하다.스님들이 낸 책도 사정은 비슷하다. 높은 구도의 경지가 들어있는 「지고한 말씀의 기록」보다 대중성이 풍부한 에세이류, 구도의 생활을 쉽게 풀어낸 소설, 짧은 이야기로 깨달음을 전하는 명상집 등이 잘 팔린다. 가끔씩 너스레도 떨면서 쉬운 이야기로 설법하는 스님들 주변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이는 것과 이치가 같다.
석용산 스님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여자와 관련한 나쁜 풍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는 92년 말 낸 에세이집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는 100만 권 이상 팔렸다.
두번째 에세이집 「여보게, 이 땅에 다시 오려나」와 명상집 「아.오.마」의 판매도 만만치 않았다. 급기야 「등신불」이라는 소설까지 써서 이것도 꽤 판매가 좋았다.
신문사마다 글 한 번 받으려고 애를 쓰는 법정 스님도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을 많이 냈다. 「무소유」 「산에는 꽃이 피네」 「버리고 따나기」는 스테디셀러다. 「산에는…」 최근 테이프에 담아 오디오북으로도 나왔다.
성철 스님 열반 이후 나온 그의 법어집 「산은 산 물은 물」 「자기를 바로 봅시다」 「영원한 자유」 등도 93, 94년께에는 찍어내기 바쁘게 팔렸다.
또 「마음 한번 돌리니 극락이 예 있구나」를 쓴 법성 스님,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을」의 중광 스님, 「가난이 죄는 아닐진대 나에게 죄가 되어 죽습니다」의 삼중 스님 등도 잘 팔리는 스님 작가들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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