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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그람시의 옥중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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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그람시의 옥중수고

입력
1999.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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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게모니로 마르크스를 극복한다 -4세때 사고로 척추장애. 평생을 5척 단구로 살았던 사람. 언제라도 묻기 위해 관과 수의가 준비되어 있던 병약한 인물. 이탈리아의 혁명사상가 그람시. 그는 등기소 직원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과 고통 속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의 많은 날을 굶주림과 노동 속에서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위험한」 지식인이었다. 1928년 이탈리아 파시스트들이 공산당 지도자들을 붙잡아 놓고 재판하는 법정에서 검사는 그람시를 두고 『20년간 저 사람의 두뇌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람시의 진가를 드러낸 사상은 그가 그렇게 옥에 갇힌 후 써내려간 33권의 노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꽤 낯익은 「헤게모니」 「진지전(陣地戰)」의 개념들이 「옥중수고(獄中手稿)」에 나타나 있다.

그람시의 문제의식은 「마르크스는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리라고 했는데 왜 혁명은 유럽의 후진국 러시아에서 성공했을까?」하는 것이다.

그람시는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민중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헤게모니」라는 말도 이 대목에서 등장한다. 권력은 폭력에 기대기 마련이지만 결코 그것만이 전부를 말해주지 않는다. 오랫동안, 정당성으로 포장해 체제를 유지하는 권력은 지배받는 사람들이 인정하고 따르는 지도력을 발휘한다.

서구의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 이른바 시민사회에서 자본가 계급은 여러 민주주의제도를 통해 노동자 계급에게 참여의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 서유럽에서 러시아처럼 혁명을 일으킬 수 없는 중요한 원인은 바로 이 시민사회가 성벽처럼 반란의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람시는 혁명을 위해 지식인이 민중 속에서 지배자들과 겨룰 수 있는 대항 헤게모니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 참호 속에 숨어서 싸우듯 장기전을 펴는 혁명의 「진지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람시는 루카치가 그랬듯 소비에트로부터 배격당했다. 하지만 루카치가 마르크스의 사상을 가장 풍부하게 철학적으로 해석했듯이, 그람시는 정치와 문화, 종교를 둘러싼 이른바 마르크스의 「상부구조 이론」을 가장 발전적으로 계승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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