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대일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등 한국상품을 많이 사주는 나라로 수입선을 돌리겠다는 취지로 78년 시행된 수입선다변화 제도. 지난 해 12월에 이어 6월 말이면 수입선다변화제가 완전히 해제된다. 20년 넘게 일제 자동차·전자제품 수입이 금지되면서 누렸던 반사이익이 없어지게 되자 자동차와 전자제품 부품 납품 중소업체들의 한숨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를 겨우 벗어났다 싶었더니 또 다른 복병을 만난 셈이다.국내 메이저 자동차회사에 윈도레규레이터라는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경남지역 K상공 정모사장. 『지난 해 IMF 한파로 매출이 50% 이상 격감했는데 또 다시 난관에 봉착한 느낌입니다』 국내 자동차 경기가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뉴스를 접하고도 수입선다변화가 풀린다는 사실에 그다지 기쁘지가 않다.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자동차와 경쟁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더욱 저렴한 해외 부품 쪽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결국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되면 부품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수출밖에 없습니다』
컬러TV 전기밥솥등 가전제품의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TV와 모니터등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O전자의 한 관계자는 『IMF 이전에도 가격인하 요구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며 『납품업체 입장에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IMF 이전보다 최소 10% 이상 마진이 떨어졌지만 수입 원자재 가격은 그대로다. 전자부품업계에 「적자 마진」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그다지 심각하게만 볼 일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지난 해 12월31일 지프승용차, 캠코더, 롤필름용 사진기, 아날로그 손목시계등 32개 품목의 일본제 수입을 자유화했어도 실제로 국내시장에 들어온 것은 캠코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기협중앙회 자동차부품조합 원종길(元鍾吉)과장은 『기술력에서는 앞서지만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지는 일본 업체들이 섣불리 국내시장을 공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못박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과당경쟁과 영세성 등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들의 상당수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자체상품 개발과 수출선 확보 등 타개책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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