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내 알바니아계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놓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세르비아간 선전전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13일밤 코소보 남부 코리사 마을을 폭격,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낸 나토는 뒤늦게 코리사 마을 공습사실을 시인하면서, 『이 곳은 무장 수송장비와 10문 이상의 대포 등 군사장비가 관측된 군사 목표물』이라며 공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나토측 발표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대한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했다는 것이며, 정상적이라면 이들 민간인들이 세르비아 군사캠프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르비아측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프리슈티나의 세르비아 공보센터는 14일 『코리사 마을은 군인이나 경찰 병력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인 지역』이라며 『희생자도 주로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들』 이라고 주장했다.
코리사 마을 폭격 다음날에는 코소보 이스비차 마을에서 127명의 알바니아 주민들이 학살된 채 나뒹굴고 있는 끔찍한 사진이 서방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코소보의 한 기자가 촬영한 이 사진은 나토의 공습 개시직후인 3월말 세르비아 군에 의해 자행된 알바니아계 학살 장면으로 보인다고 서방측은 해석했다. 케네스 베이컨 미 국방부 대변인은 『코소보 난민을 통해 귀로만 듣던 학살설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비디오 자료』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살 시점, 원인, 주체 등에 대해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나토가 코리사 마을 민간인 살상에 대한 비난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 자료를 뒤늦게 공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고관영 탄유그 통신은 나토의 코리사 마을 폭격으로 주민 87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다고 15일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최소한 3발의 폭탄이 마을 농가의 마당에 떨어졌으며, 당시 알바니아계 난민 400여명이 트랙터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고 전했다.
베이컨 국방부 대변인은 코리사 마을 폭격에 대해 『앞으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격목표 설정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그러나 나토의 공습은 계속될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유럽연합(EU) 확대문제를 놓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발트해 연안국가들과 가진 회담에서 『나토가 유고에 대한 공습을 수일내로 중단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코소보 사태에 대한 지금까지의 자세를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고위관리가 나토측에 공습중단의 시한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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