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비가 새면 보수공사를 위해 추경예산안을 짜야 할 판이다』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내뱉은 넋두리다. 청와대는 얼마전 증원한 비서관 행정관 19명의 급여를 보수공사 예비비에서 전용했다. 안기부 예산을 가져다 쓰거나, 각 수석들이 활동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과거의 청와대에서는 돈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의 1년 예산 339억원에는 군살이 없다. 청와대 살림살이가 너무 궁색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실제 비서관이나 행정관들 중 상당수는 밥 값을 걱정해 사람 만나기를 꺼려한다. 당 출신의 행정관들은 『당료들은 우리를 선택된 사람들로 본다. 그런 친정(당) 식구들에게 마음놓고 저녁 한 번 사주기가 어렵다』고 푸념한다. 비서관실의 석달 야식비가 5만원이라든지, 3급 이하 국·과장은 핸드폰도 사비로 사용해야 한다든지, 카드로 결제하는 대외활동비가 전무하다는 등등 여기저기서 하소연이 끊이질 않는다.
청와대의 빠듯한 살림살이에 대한 내부평가는 엇갈린다. 『IMF시대에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당위론도 있고, 『내핍은 할 수 있지만 활동을 못할 정도의 궁핍은 곤란하다』는 비판론도 있다. 『카터의 초라한 식사 보다 레이건의 화려한 만찬이 미국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비유도 나온다. 주변의 돈타령에 대해 박금옥(朴琴玉)총무비서관은 『청와대에 숨겨진 돈이 없어졌으니 보이는 돈(예산)을 늘려 달라면 이해주겠느냐』고 반문한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청와대는 차량 5대와 기사 5명을 줄이려 하고 있다. 줄일 것이 있으면 더 줄일 태세다. 그만큼 아우성도 높아가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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