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여성피의자에게 수사협조와 금품을 요구한데 이어 성관계까지 맺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인후 관련 경찰관 1명을 사직시키는 선에서 사실상 조사를 종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재중동포 A(40·여)씨는 최근 총리실 등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서울 B경찰서 C(45)경장이 불법체류의 약점을 잡아 재중동포 위조비자 사기단 수사에 협조를 요구하고 피의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금품과 성관계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특히 『C경장 뿐만 아니라 직속상관인 D씨도 비디오방 등으로 데려가 안마를 요구했으며 지난해말 「도움을 줬는데 왜 사법처리하려고 하느냐」고 항의하자 오히려 2월10일 수배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녹취록까지 첨부된 진정서가 접수되자 서울경찰청은 지난달초 C경장을 상대로 감찰조사를 벌여 『자진출국 주선을 대가로 수사협조를 요구했으며 수사비 명목으로 70만원을 받았다. 성관계를 맺은 것도 사실이지만 강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는 진술을 받아냈고 C경장은 지난달초 책임을 지고 사직했다.
경찰조사 결과 C경장은 지난해 5월 Y노동센터에서 접촉한 A씨가 중국에 있던 가족을 국내로 데려오면서 위조비자를 사용했음을 알고 A씨의 도움을 얻어 지난해말 재중동포 위조비자 사기단 일당 17명을 검거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C경장이 당초 약속과 달리 A씨마저 사법처리하려하자 A씨는 총리실 등에 진정서를 보낸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서울B경찰서 관계자는 『A씨는 「방첩공작대상자」중 한사람으로 불구속과 자진출국 주선 등을 대가로 수사에 협조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외사관련 수사의 특성상 관련자들에게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오랜 관례』라며 『C경장과 D씨의 금품수수와 성관계 요구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잖은 경찰관계자들 마저 『검거실적 위주의 무리한 과잉수사가 이같은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며 『「경찰관 기강해이 사례를 엄단하겠다」는 수뇌부의 의지도 좋지만 잘못된 경찰 수사 관행을 고치는 수사구조의 대대적인 혁신이 앞서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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